▶ 노장 왓슨 우승 막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딱한(?) 신세
탐 왓슨 세계랭킹 1,374위서
105위로 치솟아 또 다른 신기록
“미안해 스튜어트, 하지만…”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프로골퍼라면 누구에게나 넘버 1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세계 정상권에 머물렀으나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어 애를 태웠던 선수라면 마침내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치켜드는 순간, 그야말로 행복의 극치에 도달한 느낌마저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일 막을 내린 제138회 오픈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에서 바로 스튜어트 싱크(36)가 그런 날을 맞았다. 프로 전향 14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가운데서 최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 영광의 클라렛 저그(Claret Jug)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감격을 누렸다. 모든 사람들의 환호가 쏟아지는 가운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해야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싱크에겐 그런 축복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았다. 물론 박수갈채는 있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환호를 느낄 수는 없었다. 당당히 싸워 우승컵을 따냈건만 그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기엔 팬들의 마음에 너무 아픔과 실망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턴베리를 가득 메운 팬들과 TV로 지켜본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있어 이번 브리티시오픈의 주인공은 챔피언 싱크가 아니었다. 그 자리는 59세의 나이에 역사적인 우승에 도전했던 탐 왓슨의 것이었다. 싱크가 무엇을 하든 그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었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싱크의 우승을 기뻐하기 보다는 왓슨의 우승도전 좌절을 슬퍼하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싱크는 본의 아니게도 노장의 위대한 도전에 재를 뿌린 ‘얄미운 악동’ 신세가 되고 말았다.
물론 싱크가 잘못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백전노장’ 왓슨이 마지막 18번홀에서 파를 지켜내지 못했고 싱크는 자신에게 찾아 온 기회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팬들도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어느 누구도 왓슨의 우승파티가 망가진 것에 대해 싱크에게 책임을 돌리진 않는다. 하지만 일이 애매하게 꼬이다 보니 싱크는 첫 메이저 우승이라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기엔 주위의 분위기가 너무도 무거운 어색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가슴아픈 일은 이번 138회 브리티시오픈이 싱크가 아닌 왓슨의 대회로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싱크에게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편 왓슨은 20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랭킹이 지난주 1,374위에서 105위로 무려 1,269계단이나 수직 상승, 한 주 동안 최대폭 상승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싱크는 33위에서 9위로 24계단 뛰어올랐다.
싱크(뒤)는 본의 아니게도 노장의 위대한 도전에 재를 뿌린 ‘얄미운 악동’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싱크(왼쪽)는 왓슨을 밀어내고 우승해 약간 골치 아프게 됐다.
대부분 사람들은 싱크의 우승을 기뻐하기 보다는 왓슨의 우승도전 좌절을 슬퍼하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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