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된 지 거의 48년이나 된 책이 갑자기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줄리와 줄리아’가 개봉된 후 영화 속 줄리아 차일드가 쓴 ‘프랑스 요리법 완성’(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근 50년 된 옛날 책이 뒤늦게 팔리는 것도 기현상이지만 버터를 펑펑 쓰는 고지방, 고열량의 요리에 요즘 주부들이 새삼 관심을 쏟는 것도 기현상이다. 영화사와 출판사에게는 모두 희소식이다.
50년 전 나온 ‘프랑스 요리법 완성’ 불티나듯 팔려
영화관에서 서점으로 직행하며 주부들 요리에 재미
버터, 돼지기름 많이 쓰는 고지방 조리법에 당황하기도
줄리아 차일드의 ‘프랑스 요리법 완성’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석권했다. 출간된 지 근 48년 만에 버터와 소금과 거위기름을 모두 몰고 지방이라면 질색을 하는 시대의 주부들에게 들이 닥쳤다.
영화 ‘줄리와 줄리아’로 인해 갑자기 각광을 받게 된 이 책은 가장 최근 집계 기준, 한주에 2만2,000권이 판매되었다. 이 숫자는 책이 출간된 지난 이후 1년 단위 판매 부수보다도 많은 것이다. ‘프랑스 요리법 완성’은 오는 30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 중 ‘조언과 만드는 법’ 카테고리의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이 거의 반세기나 된 책이라거나 가격이 40달러나 되며 752페이지에 걸친 조리법들이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라는 사실만이 아니다. 프랑스 요리법은 정말로 완전하게 배우기가 어렵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조리법에 들어가는 재료들이다.
현대인들에게 인기 있는 요리책들은 대개 20분 완성의 저 칼로리 요리들을 소개한다. 반면 차일드의 조리법들은 보통 ‘크림을 여러 스푼’ 떠 넣으라거나 ‘베이컨을 버터로’ 몇 분 간 볶으라는 식이다. 요즘은 젤로에 보통 마시멜로를 넣는 데 반해 차일드는 젤로 속에 고기를 넣는 조리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 세대의 눈으로 보면 죽음에 이르는 재료들이다. 플로리다 레이크랜드에 거주하는 멜리사 브루스 - 와이너(45)는 영화를 보고 귀가하는 길에 그 책을 샀다. 그런데 조리법이 돼지기름으로 조리를 하는 식이니 “전후의 위대한 세대 사람들이 왜 모두 심장마비로 죽었는 지 알겠다”고 그는 말했다.
오리건, 유진에 사는 민디 록커드(34)는 최근 저녁식사 파티를 위해 줄리아의 조리법에 따라 닭고기 요리를 만들었는데 버터 한 줄을 통째로 넣는 것이었다. 로커드는 요리를 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얼굴이 상기된 모습이었다고 했다.
“뜨거운 버터를 너무 많이 접해서 그렇게 된 것이지요”
남편은 그 음식을 아주 좋아하면서 “다음날 또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아마도 이 달 안에는 두 번 다시 먹어서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고 했다.
지난 2004년 91세로 사망한 차일드는 “아, 버터는 절대로 해롭지 않아요”라고 즐겨 말했다고 그의 편집장이었던 주디스 존스는 회고했다.
‘프랑스 여성은 살찌지 않는다’의 저자 미레이유 기리아노는 똑같이 기름기 많은 재료에 대해 미국인과 프랑스인의 몸이 다르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우선 프랑스인들은 과일과 야채를 더 많이 먹으며, 걷는 양이 더 많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한번에 먹는 양이 더 적다. “프랑스 사람들은 단순히 훨씬 적게 먹는다”고 했다.
그런 내용은 영화 ‘줄리와 줄리아’에도 비친다. 영화는 차일드가 프랑스에 살면서 요리에 눈을 뜨는 과정과 차일드의 요리들을 ‘프랑스 요리법 완성’을 보며 그대로 따라서 해본 후 블로그에 올린 여성의 실화를 담고 있다.
영화로 인해 책이 잘 팔린 것은 ‘요리법 완성’만이 아니다. 문제의 블로거인 줄리 파월이 쓴 책 이자 영화의 토대가 된 ‘줄리와 줄리아’ 역시 올해 13쇄나 발행되었다. 차일드의 프랑스 생활을 연대기적으로 담은 2006년의 책 ‘프랑스에서의 내 삶’(My Life in France) 역시 9쇄나 발간되었다.
또한 ‘줄리아의 부엌의 지혜’(Julia’s Kitchen Wisdom)가 올해 6쇄를 기록하며 오는 30일 뉴욕타임스 북리뷰 리스트 중 ‘조언과 만드는 법 페이퍼 백’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할 예정이다. 이 책은 지금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요리책으로 ‘요리법 완성’의 바로 다음을 차지한다.
‘요리법 완성’은 이 책을 한번도 주문해본 적이 없는 샘스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주문을 하고 있다.
책이 이렇게 잘 나가는 것은 영화 제작사인 콜럼비아 영화사의 판촉 전략과도 상관이 있다. 영화 판촉을 위해 어디든 책을 뿌리는 전략을 쓴 것이다. 라디오에서 판촉 방송을 하면 요리책을 나눠주고, 시사회에서도 책을 나눠주는 식이다.
그 점을 감안해도 책에 대한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오자 서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애틀의 엘리옷 베이 북 컴퍼니나 시카고의 바바라의 북스토어 등에서는 최근 ‘요리법 완성’이 동이 났다. 포틀랜드의 파월스 북스는 관련 서적들을 추가로 더 주문했다.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일요일 쯤 되자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고 파월스의 신간 서적 구매담당 수퍼바이저인 게리 도너기는 말했다.
그런가 하면 뉴욕의 새그 하버에 있는 카니오 서점에서는 ‘프랑스에서의 내 삶’이 진열대에서 비상에 비상을 거듭했다고 공동 소유주인 매리앤 캘렌드릴은 말했다.
영화 ‘줄리와 줄리아’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노라 에프론은 영화가 사람들이 요리를 좀 더 많이 하게 만드는 자극이 되기를 내심 바랐었다고 했다. 영화로 인해 책이 많이 팔리게 되리라는 것은 비밀스런 바람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사람들이 영화관을 나와서 서점으로 향한다니 정말 기쁘다”고 그는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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