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이상이 참가한 지난 달 샌프란시스코 마라톤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주자가 있었다. 46세의 토드 바이어스였다. 롱비치에서 육상 코치이자 이벤트 매니저로 일하는 그는 다른 주자들과 다른 점이 한가지 있다. 맨발로 달린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맨발로 75개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그는 이날 4시간48분에 완주했다. 맨발로 달리는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를 보이고 스냅 사진을 찍고 다른 주자들은 “신발 안 신고 달리는 저 사람에게만은 지기 싫다”며 투덜댔다.
첨단 테크닉 동원된 운동화에 회의적 시선
‘맨발이 더 낫다’는 마라톤 주자들 늘어나
신발업계, 양말 같이 얇은 운동화 개발 붐
‘맨발로 달리기’는 아직 미약하지만 새롭게 뜨고 있는 추세다. 맨발 아니면 양말처럼 얇은 운동화가 오히려 달리기에 좋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170억 달러 운동화 시장에 미니멀리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몇십년동안 발전해온 첨단 하이텍 운동화들이 사실은 달리기 속도나 부상 예방에 별로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과 상관이 있다.
지난 70년대 이후 운동화들은 첨단 테크놀로지가 첨가되면서 많은 발전을 해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이텍 운동화 덕분에 사람들이 달리기를 더 잘한다거나 부상을 덜 당한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무릎이나 아킬레스 건 부상은 오히려 증가했다.
육상용 운동화 메이커들은 발에 대한 쿠션과 보호, 교정효과를 갖춘 새로운 모델들을 계속 개발하면서 꾸준히 사업을 번창시켜왔다.
예를 들어 일본 온동화 메이커인 아식스는 오는 10월 자사 제품 젤 킨세이의 최신 모델을 180달러에 출시한다. 달릴 때 발뒤꿈치에 발생하는 충격을 다단계로 흡수해 편안하게 달리게 하는 첨단 운동화라는 것이다.
아디다스는 이미 포셰 디자인 스포츠 바운스를 내놓았다. 자동차의 서스펜션 시스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금속성 스프링을 부착했다는 이 운동화의 가격은 무려 500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그 모든 테크놀로지의 효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호주, 뉴캐슬 대학의 공중 보건 의과대학의 크레이그 리처즈 박사는 이제까지 발표된 보고서들을 분석한 결과 쿠션이 들어간 운동화나 교정 운동화가 달리기 성적을 높였다거나 부상을 예방했다는 임상 연구를 단 한 건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결과를 지난 해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에 발표한 그는 미니멀리즘 운동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다른 전문가들은 미니멀리즘 운동화가 더 낫다는 결과의 연구는 거의 없다며 이런 운동화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맨발로 달리면 인구의 95% 이상은 병원으로 직행하고 말 것이라고 뉴욕 마라톤을 관장하는 뉴욕 거리 달리기회의 의료담당 디렉터인 루이스 매해럼 박사는 말했다. 세상에 발이 완벽한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신발을 통한 지지나 교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자연 그대로 달리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완전히 맨발로 달리기가 뭐하다면 가능한 한 맨발에 가깝게 달리는 것이다. 사람의 발은 원래 장거리를 달리기에 완벽하게 태어났는데 신발 때문에 발의 근육과 인대가 약해졌다는 주장이다.
런던에 소재한 신발회사 테라 플래나의 갈라해드 클락 사장은 신발이 진화의 길을 방해했다고 말한다. 신발은 말하자면 발을 가두는 작은 관과 같아서 발이 본래대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말이다.
이같은 추세에 대형 운동화 회사들은 분명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가장 선봉에 선 것은 나이키. 나이키는 기존의 운동화보다 패딩을 줄여 맨발로 달리는 느낌이 들게 한 나이키 프리를 지난 2005년 내놓았다. 나이키가 운동화를 공급했던 저명한 트랙 코치가 팀원들에게 맨발로 달리도록 훈련시키는 것을 보고난 후의 결정이었다.
매서추세츠, 콘코드의 바이브램 USA는 양말 같은 운동화를 시판 중이다. 다섯 발가락 양말 같은 이 운동화는 얇은 고무로 만든 것이다. 바이브램 파이브핑거스라는 이 운동화는 발을 강하게 단련시키고 달리기 성적을 높이려는 달리기 선수들 사이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탈리아 회사인 바이브램은 몇 년 전 보트나 카약 탈 때 쓰도록 이 운동화를 제작했는데 그걸 달리기 선수들이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은 75달러에서 85달러.
신발산업의 베테란인 토니 포스트 바이브램사장은 신발업계가 한바탕 변화를 겪을 것으로 믿고 있다. 뭔가를 계속 더하던 데서 이제는 그 대부분을 덜어내려 애쓰는 중이라고 그는 말했다. 신발 없던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류는 오랜 기간 맨발이나 발바닥 받침만 댄 채 달렸다고 하버드의 인류진화 생물학 교수인 대니얼 리버만 박사는 말한다. 200만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장거리 달리기 능력 덕분에 맹수들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1960년 로마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에티오피아 출신 아베베 비킬라는 맨발로 마라톤을 해 우승한 사례도 있다.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트랙 코치였던 빌 바워먼이 큐션 들어간 운동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나이키 브랜드로 새로운 운동화들을 시판했다. 마침 달리기가 붐을 이루면서 운동화 산업은 번창하고 운동화는 계속 발전했다.
그런데 발뒤꿈치에 1인치나 되게 쿠션을 넣고 발 의학에 맞춰 제작한 신발들이 사실은 별로 효과가 없다고 베스트셀러 저자인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주장한다. 그의 베스트셀러 ‘달리기를 타고나다’는 멕시코의 타라휴마라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맨발 달리기를 지지하고 있다. 이들 인디언은 맨발이나 발바닥에 고무받침 하나를 대고 100마일을 달린다.
맥두걸은 그 자신 만성 발 통증으로 고생하다가 스포츠 의학 의사로부터 달리기를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다. 그후 그는 바닥 얇은 운동화로 달리기를 시도, 지금은 아무 통증없이 맨발로 장거리를 달린다.
미니멀리스트 신발의 판매고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테라 플라나사의 클락 사장은 올해 자사의 미니멀리스트 운동화를 7만켤레 팔 것으로 전망한다. 바이브램의 파이브핑거스는 지난 2006년 출시된 이후 매년 3배씩 판매고가 올라갔다. 올해 북미주에서만 수익이 1,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맨발이나 양말 같은 신발이 달리기에 얼마나 효과적이고 안전한 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까지와는 달리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은 분명하게 한 추세를 이루고 있다.
<뉴욕 타임스 -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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