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의 함정’(필맥·2004)이란 책이 있다. 제목은 맞벌이의 함정이지만 사실은 중산층 가정이 파산에 이르게 되는 원인과 대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악의 재정난에 빠져 파산에 이르는 사람들은 처음 발급 받은 신용카드로 마구잡이식 샤핑을 한 젊은이들도 아니고 나이 들어 직장도 없고 저축도 충분치 않은 곤궁한 노인들도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최악의 재정난에 빠진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자녀가 있는 중산층이란 점이다.
아이가 있는 30대 부부에게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매월 들어오는 돈은 뻔한데 이 돈으로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보통 30대의 재무 설계는 비상자금과 자산을 늘리기 위한 종자돈이란 2대 주춧돌 위에 내 집 마련, 자녀 교육, 노후 대비라는 3대 기둥을 세워야 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재무 설계를 위해는 약 5가지의 서로 다른 항목으로 돈을 모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면 거의 90% 이상 한숨부터 쉰다. 내 집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아직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 30대 엄마들에게 아이들 대학 등록금도 지금부터 모아야 하고 노후대비도 지금부터 시작하라고 권하면 “돈이 있어야 돈을 모을 거 아닌가요?”란 불평을 듣기 십상이다.
20~30년 전만 해도 자가용은 모든 가정의 필수품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필수품을 넘어 제2의 자가용까지 필요한 시대가 됐다. 또한 10여년 전만 해도 휴대폰은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거나 돈이 많은 사람만 갖고 다니던 고가의 소비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갖고 다녀야 하는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아이가 있는 중산층 가정 중에 사치품을 사며, 놀고 즐기는데 돈을 펑펑 쓰는 가정은 거의 없다. 대개가 매월 특별히 쓴 것도 없는데 간신히 적자를 면할 정도다. 이는 즉 고정적인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축할 돈을 마련할 것인가의 답은 한 가지밖에 없다. 재량적 소득을 늘리는 것뿐이다. 재량적 소득이란 가처분 소득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개념이다.
가처분 소득이란 세금과 건강보험료, 보험료, 세금 등을 제외한 실소득을 말한다. 재량적 소득은 이 가처분 소득에서 대출 이자, 자동차 할부금 등 각종 대출 원리금과 전기·개스·수도요금, 전화 및 통신비, 아파트 관리비 등 생활 필수 서비스 요금과 주거비, 그리고 아이에게 들어가는 필수 교육비 등 고정적인 지출을 모두 제외하고 남는 소득을 말한다.
재량적 소득은 필수적인 고정 지출을 제외하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다. 저축할 돈이 없다면 고정 지출을 줄여서 재량적 소득을 늘리든지, 더 줄일 고정 지출이 없다면 투 잡을 뛰어서라도 재량적 소득을 늘려야 한다. 이렇게 해서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을 적게 만들어 매월 남는 돈을 만들고 이를 모아야 한다. 따라서 매월 약간이라도 돈을 모으지 않는다면 매월 조금씩 가난해지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니 돈이 없어 돈을 못 모은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꼭 필요 없는 것을 과감히 줄여 미래에 대비할 돈을 만들어야 한다.
김혜린 <파이낸셜 어드바이저>
문의 (949)533-3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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