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 온 투자자들 늘었지만 이런 ‘무매너’ 꼭 있다
일부 에이전트들 허탈
졸지에 불법 환치기 주선
최소한 상도의 아쉬워
10년차 부동산 에이전트 김모씨는 최근 씁쓸한 경험을 했다. 6개월간 공을 들였던 거래가 엉뚱한 에이전트를 통해 진행된 것. 김씨는 “한국에서 50만달러를 투자할 테니 주택을 구입하도록 도와 달라던 고객이 에스크로 오픈 직전에 지인을 통해 거래를 끝냈다”며 답답해 했다. 그는 “한국에서 오는 투자 문의는 많지만 한국 투자자들은 에이전트로부터 정보만 빼내 가고 최종 거래는 아는 사람을 통해 진행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LA를 포함한 남가주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한국 발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로컬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남 좋은 일만 해주고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 발 부동산 투자는 일반 주택은 물론 상업용 부동산까지 적게는 수십만달러 많게는 수백만달러까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들 거래에는 로컬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중간에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태다.
가장 보편적인 사례는 매물 정보만 빼가기다. 한국 투자자들은 대형 부동산회사에 리스팅 정보가 많다는 점을 이용해 소속 에이전트와 접촉, 매물 정보를 알아낸 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을 통해 구입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 온 투자자들은 크레딧 등 융자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거래는 모기지 없이 전액 현금으로 진행되는데 이 경우 에이전트들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사례는 환치기 등 불법 외환거래를 본의 아니게 주선하게 되는 경우다. 한국에서 오는 투자금의 특성상 편법으로 자금을 송금하기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에이전트 최모씨는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가 300만달러까지 합법화됐지만 신고했을 경우 세무조사 등이 따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환치기 등 불법 외환거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치기를 해주지 않는 에이전트는 한국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고객이 원하는 만큼 거부할 수도 없지만 뒤가 켕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가주 한인부동산협회 크리스 엄 회장은 “한국에서 온 투자자들과 에이전트들과의 갈등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며 “잘 연락하던 한국 투자자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다른 에이전트와 거래를 맺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 회장은 “이와 같은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부동산 거래 관행이 다르고 고객과 에이전트 간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진단하고 “점진적인 계몽을 통해 소비자와 에이전트들이 최소한의 상도의는 지키는 풍토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심민규 기자>
<그림 이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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