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일본은 중국에 따라잡히는 날이 올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 경기 침체 결과 일본 경제가 죽을 쑤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그 날은 어느 누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다가올지 모른다. 중국의 도약은 지난 1일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행사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요즘 환율이 요동치는 바람에 시일은 좀 걸릴지 모르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내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과거 예상보다 5년이 빠른 것이다. 이런 변화는 지난 40년간 지속돼 온 세계 경제 질서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며 무역과 외교는 물론 군사 분야에서도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미 철강·무역 흑자·외환 보유고 앞질러
이대로 가면 2039년이면 미국도 추월 예정
국의 부상은 일본 수출 시장을 잠식함으로써 일본의 몰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일본이 고령화되면서 생산성은 떨어지고 국채가 늘면 일본의 위상은 더욱 추락할 것이다. 도쿄 다이이치 생명 보험 연구소의 경제학자인 구마노 히데오는 “10~20년 사이 일본이 얼마나 세계 경제에서 뒤쳐질 것인지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일본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을 추격하는 “경제 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사람들은 일본이 풍요롭기는 하지만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스위스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꿈조차도 1억2,700만에 달하는 일본인들의 손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80년대 말 미국을 제쳤던 일본의 1인당 GDP는 2007년 3만4,300달러에 머물러 있다. 현재 미국보다 1/4이 뒤지고 세계적으로는 19위다. 소득 불균형과 빈곤은 늘고 있다.
실업률은 사상 최대인 5.7%에 이르고 물가와 임금은 내려가고 있다. 일본 경제는 올 3개월간 연율로 11.7%나 줄어들다 2분기에 연율 2.3%의 미미한 성장을 기록했다. 일본 경제는 올해 3% 위축됐다 내년 1%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중국 경제는 올해 8%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경제는 지난 20년간 매년 10%씩 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규모 공공사업이 새 산업을 일으키기보다는 경쟁력 없는 산업을 보호하는데 그치는 바람에 빚만 늘리고 일본을 침체에서 구해내는데 실패했다.
일본 경제는 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로 인해 전후 최악의 불황을 맞는 바람에 더 나빠졌다. 해외 시장에서 주문이 줄어드는 바람에 올 들어 생산과 수출이 40%까지 떨어졌다. 일본 기업들마저 세계 지도에서 사라지고 있다. 1988년 노무라 증권이 규모로 세계 10대 기업을 뽑았을 때 NTT가 1위를 한 것을 비롯 일본 기업이 8개나 들어 있었다.
올 7월말 현재 여기 들어간 일본 기업은 하나도 없다. 중국과 미국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시가 1,445억달러의 도요타가 22위를 차지했을 뿐 100대 기업에 들어간 것도 도요타를 빼고는 5개에 불과했다.
일본 최고 부자인 소매업자 야나이 다다시는 포브스 세계 부호 리스트에서 76위를 차지했다. 멕시코와 인도, 체코 기업인에도 뒤지는 기록으로 80년대 말 철도 재벌 쓰쓰미 요시아키 등이 최고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격세지감이 있다.
중국은 강철 생산과 무역 흑자, 외환 보유고에서도 일본을 앞질렀다. 내년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 자리도 중국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일본의 새 정부는 과거 일본을 떠받쳐 왔던 수출 주도 대신 내수 진작에 초점을 맞춘 새 개발 계획을 추진할 방침이다. 오랫동안 집권해 왔던 자민당을 내몰고 권력을 잡은 민주당은 웰페어를 강화하고 소득을 보다 공평히 분배하는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1인당 GDP로 보면 아직 중국은 일본의 1/10 수준이지만 다른 지표로는 이미 오래전에 일본을 따라잡았다. 구매력으로 보면 중국은 1992년 일본을 앞질렀고 2020년에는 미국보다도 앞설 것으로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이는 경제 발전의 필연적인 결과다. 어느 정도 성장이 이뤄지면 성장 속도는 둔화된다. 일본 경제 성장률은 60년대 연평균 10.4%를 기록했지만 70년대 5%로, 80년대 4%, 90년대에는 1.8%로 떨어진 것으로 골드만 삭스 조사 결과 나와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속도가 이보다도 늦어졌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일본은 중국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2006년 중국은 일본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고 대중국 수출이 최근 불황 이후 가장 빨리 살아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침체되면서 도요타와 니산은 중국 시장을 더 열심히 파고들고 있다.
일본 경제 연구 센터의 수석 경제학자인 이즈카 노부오는 “일본은 빨리 성장하는 이웃을 갖고 있다”며 “이는 위협이 아니라 장점이며 문제는 일본이 이를 이용할 수 있는가 여부”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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