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대부분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몸에 배었지만 유독 애완동물에 대해서만은 사람들이 야박하지가 않은 것 같다. 올 연말 미국인들은 거의 대부분 선물비용을 지난해 보다 줄이거나 같은 수준으로 하겠다고 밝힌 반면 기르는 개나 고양이에게 연말 선물을 사주겠다는 사람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었다. 모든 비즈니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 시기에 애완동물 관련업종은 그런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불경기 써늘한 마음 위로할 건 애완동물뿐
다른 씀씀이 줄여도 애완동물 선물은 안 줄여
높은 공실률 틈타 애완동물업체들 확장 추세
애완동물 관련 소매업체들이 활기를 띄고 있다. 애완동물들을 먹이고 다듬고 보살피는 업종이 잘 되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상가건물 임대가 저조해지면서 전에는 애완동물 업종이 들어오는 것을 꺼려했던 건물주들이 기꺼이 이들을 받아들이는 추세이다. 애완동물 비즈니스들로서는 사업체 확장의 적기를 맞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시의 애완동물 업체인 스팟은 이번 달 첼시 지역에서 5,000평방피트 상가 10년 리스 계약을 했다. 개를 대상으로 데이케어와 미용 서비스를 하고 며칠씩 숙박을 제공하기도 하는 이 업체는 트라이베카에 지점을 가지고 있고, 계속 다른 지역에 지점을 낼 계획이다.
스팟의 공동 소유주인 애니샤 카나는 “사업이 잘 된다”고 말한다.
“불경기에도 사람들이 애완동물과 자녀들을 위해서는 돈은 아끼지 않아요. 감정적 연결고리 때문으로 짐작이 되는데, 과거 어느 때보다 돈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뉴욕시에서 지난 12개월간 상가 및 사무실 임대는 전반적으로 25% 정도 줄어들었지만 애완동물 소매업체들은 새 공간을 찾고 있거나 새로 리스 계약을 했다.
뉴욕시의 강아지 데이케어 센터인 페치 NYC는 지난 10월 맨해턴 85가 인근에 6,000평방피트 상가를 새로 리스 했고, 또 다른 개 데이케어 센터인 포스 & 릭랙스도 1,300평방피트 짜리 공간을 새로 계약했다. 강아지 용품 제조사인 도그마틱 제품은 11월 2,850평방피트 사무실 리스 계약을 했다.
뉴욕시에서 30여년 상가 부동산 거래를 해온 렌킨 부동산의 빅터 멘킨 회장은 최근 애완동물 관련 건물 수요가 증가세라고 말한다. 어려운 시기에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애완동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산 증거라고 그는 말한다.
“뉴욕에는 독신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아이들이나 배우자 혹은 룸메이트가 없을 경우에 동물이 어느 정도는 임시로 감정적 연결 대상이 되는 것이지요”
개 데이케어와 숙박 제공 서비스를 하는 대형 업체인 비스킷츠 & 배스의 경우 맨해탄에만 5개 지점이 있고, 앞으로 맨해턴에 5개, 브루클린에 2개 그리고 퀸스나 호보켄에 한 개 지점을 더 개설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존 지글러 회장에 의하면 자사 비즈니스 중에도 고전 중인 분야가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밤새 개를 돌보는 숙박 분야는 손님이 줄었다. 개 주인들이 출장이나 휴가를 덜 가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털 관리를 해줘야 하는 개들의 경우, 주인들이 이제는 짤게 털을 깎아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자주 올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글러 회장은 최근 매달 100-150명의 기존 고객들을 잃는 반면 350명 정도의 새 고객을 얻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숙박 서비스 고객은 줄어드는 반면 그 지역으로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 새로 애완동물을 기르게 된 사람들, 혹은 근무시간이 길어져서 개를 데이케어에 더 자주 맡겨야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 10월 인터넷 애완동물 용품점이자 병원인 펫사이드(Petside.com)가 AP와 함께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 중 93%는 올 연말 선물비용을 지난해 수준으로 하거나 더 줄일 예정이다. 하지만 애완동물 소유주의 52%는 애완동물에게 연말 선물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지난해의 43% 보다 늘어난 숫자이다.
상가 임대 시장이 활황일 때 애완동물 관련 업종은 찬밥 신세다. 동물들을 건물 내에서 보살펴야 하는 업종에 대해 건물주들은 리스를 꺼린다. 분명한 이유들 때문이다. 애완동물 시설은 냄새나고, 시끄럽다고 생각하고, 상상 가능한 온갖 일들을 생각하며 싫어한다고 스팟의 공동 소유주인 댄 루벤스타인은 말한다.
그러나 상가 임대가 부진해지면 건물주들이 훨씬 마음을 열게 된다고 부동산 중개인들은 말한다.
건물주들이 애완동물 업체들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진 이유 중의 하나는 난방, 환기, 냉방 기술의 발달이다. 이전의 사무실 건물 환기 시스템으로는 환기가 보통 85-95% 밖에 되지 않아 냄새가 남게 되는 데 반해 새로운 시스템은 100% 새 공기로 바꿀 수가 있다.
건물이 주거지역에 위치해있을 때는 특히 건물주들이 까다롭다. 그런데 애완동물 사업체들은 보통 주거지역 안이나 근처에 자리 잡기를 바란다. 고객들과 가까운 거리에 있기 위해서이다.
비스킷츠 & 배스의 경우 아파트 건물 안에 위치한 지점이 여럿이다. 이렇게 주거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경우 건물주들은 개나 고양이 냄새, 소리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던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공기 여과장치가 바뀌고 소음방지 장치가 바뀌면서 건물주들이 상당히 마음을 놓게 되었다. 애완동물 사업은 최소한 뉴욕시에서는 불황을 모른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