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비행기 안에서 러시아의 광활한 시베리아 황야를 한참 내려다 본 적이 있다. 비행기가 이 황야를 지날 때는 유난히도 낮게 떴다. 그래서 그 곳 지형을 차근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군데군데 진초록색 잡풀 같은 것들로 거뭇거뭇한 땅. 끝없이 펼쳐진 그 낯선 광야를 ‘공중탐사’하며 문득 한 가지 깨달음이 떠올랐다. ‘아, 하나님은 내가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이곳에도 늘 계셨구나!’
‘땅의 너비를 네가 측량할 수 있느냐. 네가 그 모든 것들을 다 알거든 말할지니라. …누가 사람 없는 땅에, 사람 없는 광야에 비를 내리며 황무하고 황폐한 토지를 흡족하게 하여 연한 풀이 돋아나게 하였느냐’(욥 38:18-27). 그 하나님은 땅 위뿐만 아니라 손수 지으신 바다 아래도 손바닥 훑듯 훤하시다. ‘네가 바다의 샘에 들어갔었느냐. 깊은 물 밑으로 걸어 다녀보았느냐’(욥 38:16).
당신도 그 황야나 바다 밑과 다름없는 그분의 피조물이다. 하나님은 당신 자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고 계신다. 당신의 이름, 고향, 자라온 배경, 독특한 경험과 기질, 당신만의 유별난 습관 같은 신상명세는 기본이다. 지금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문제들, 마음의 저 깊은 구석구석,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스스로도 잘 모르는 복잡한 상처들을 그분만은 다 아신다.
‘주께서 내가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밝히 아시오며 나의 모든 길과 내가 눕는 것을 살펴보셨으므로 나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시오니’(시 139:2-3). 수십억 인류 한 사람 한 사람을 아시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동시에 다 지켜보신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초월자만의 기이한 지식이다.
우리 눈에는 그분이 안 보이지만 그분의 눈에는 우리의 모든 것이 다 보인다. 그분의 주 활동무대는 어둠침침한 미지의 어떤 공간이 아니다. 우주의 저 먼 어디에 몰래 숨어 계신 것도 아니다. 바로 당신 곁에, 그 일상 한가운데 숨어 계시며, 1분 1초도 당신에게서 눈을 떼신 적이 없다. ‘주께서 내게서 눈을 돌이키지 아니하시며 내가 침을 삼킬 동안도 나를 놓지 아니하시기를 어느 때까지 하시리이까’(욥 7:19).
일상에서 전화로 주고받는 당신의 비밀스런 통화 내용은 일단 다 저장된다. 국가 수사기관이 의뢰하면 언제든 모든 대화가 공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몰래카메라는 일찌감치 왕자물통을 찼다. 예수님은 성경에서 이 프라이버시 보장 시한과 공개 내역을 천명하셨다.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 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니’(마 12:36).
과학자들은 인간 각자가 지상에서 내뱉은 말은 에너지의 형태로 우주 어딘가에 남아 있다고 한다. 기술만 개발된다면 나중에 다 수거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당신이 전혀 기억조차 못하는 죄를 하나님께서 일일이 기록해 두셨다가 낱낱이 다 공개할 날이 꼭 한 번은 온다.
“만일 그대들이 그대들의 죄를 다 안다면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릴 것이다!” 파스칼이 그의 ‘팡세’에 남긴 경고다. 최후 심판 날에 가서야 눈앞에 확연히 드러날 진리, 그 섬뜩한 공포의 실상을 하루라도 미리 예고 받는다는 것은 분명 큰 특혜다. 그러나 이 말을 지금 듣고서도 끝내 심판을 자처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더 막급한 후회를 품는 그만큼 심판 또한 훨씬 더 크게 체감할 것이다.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으니’(계 20:12).
안환균 / 사랑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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