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속 보인다, 속 보여! 속 보이게 왜 그런 짓을 해?” “내가 그 속을 모를 줄 알구?” TV 드라마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대사다. 무심코 흘려듣던 말을 새삼 곱씹어본다. 그 속이란 대체 무엇일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에 나오는 그 속일까. 아니다. 열 길 물속까지 갈 것도 없다. 밑바닥에 까만 먼지가 수북이 내려앉은 물 한 컵만 떠올려도 충분하다.
잠잠할 때는 수면이 깨끗해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 자존심을 민감하게 건드린다. 예기치 않게 이해관계가 얽힌 위기를 당한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서 시커먼 먼지들이 올라온다. 금세 흙탕물이 되고 만다. 때로 바닥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 역시 애써 자기 내면에 바닥이 있다는 사실을 보기 좋게 인정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사회적으로 교육된 위선이나 체면문화 때문에 꾹 참을 뿐이다. ‘내 성질 대로만 하면 넌 벌써 끝장났어!’ 톡 쏘는 ‘독백’이나 흔히들 말하는 ‘속물근성’도 이 마음바닥의 죄성을 가리킨다. 이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앓고 있는 병이다. 애초부터 그 병든 속을 익숙한 자연의 일부로만 여겨온 것이 무리였다.
인간 스스로는 이 죄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른다. 하나님의 정확한 X-레이 진단만이 실상을 보여준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 누가 능히 이를 알리요마는 나 여호와는 심장을 살피며 폐부를 시험하고 각각 그의 행위와 그의 행실대로 보응하나니’(렘 17:9-10).
첫 사람 아담의 타락으로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가 끊어지면서 모든 인간은 영적으로 죽었다. 태어나면서부터 하나님을 모른다. 양심으로 하나님의 온전한 기준을 어느 정도 감지한다. 도덕적인 선도 웬만큼 행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영적인 선은 전혀 행할 수 없다.
성경에 나오는 악인이나 죄인은 살인, 강간 같은 흉악한 죄를 범한 사람이 아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마음상태가 이미 가장 큰 죄의 본질이요 영적 죽음이다. 범죄는 그 죽음의 가시적 열매들에 불과하다. 그래서 티끌만한 죄도 낱낱이 문제가 된다. 영적인 죽음은 영원한 지옥 말고는 다른 어떤 종류의 형벌로도 대가 지불이 안 된다.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한 푼이라도 남김이 없이 다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서 나오지 못하리라’(마 5:26). 예수님의 경고는 세세한 범죄 항목 이전에 영적인 죽음 자체를 문제 삼는다. 그래서 형제에게 미련한 놈이라고만 해도 살인죄와 같고, 여자를 보고 음욕만 품어도 간음죄와 같다(마 5:21-30).
심지어 수군거리거나 자랑하는 것, 비방하거나 교만한 것, 무정하고 무자비한 것까지도 하나님께는 모두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다(롬 1:32).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저희를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어 버려두신’(롬 1:18) 결과다.
인간이 아무리 도를 닦아도 이 속병을 어찌할 수 없다. 위대한 작가나 종교인일수록 이 속병의 실상에 더 철저히 진실하게 절망한 사람들이다. 영적 죽음을 인정하고 살아계신 하나님께로 돌이키지 않고는 누구도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당신의 속은 하나님의 고화질 CCTV에 한눈에 다 잡힌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당신의 영혼이 곧 강력한 내부 고발자다. ‘사람의 영혼은 여호와의 등불이라. 사람의 깊은 속을 살피느니라’(잠 20:27).
안 환 균 / 사랑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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