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는 증상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사고가 ‘굳어져 간다’는 점이다.
젊을 때 지녔던 생각의 유연성이 줄어들면서 대신 사고가 나무토막처럼 굳어감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이 먹으면 외곬수가 되고 고집불통(?)이 될 위험성을 지니게 된다는 말이다.
사고를 젊게 유지하려면 먼저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변화가 중단되는 것이 바로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성장하고 있다는 유일한 증거다. ‘물도 고이면 썩는다’는 말이 있다. 나이 들어가면 몸을 움직이는 것도 싫어지고,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아진다. 그 때문에 가장 무서운 것은 변화를 싫어하는 나머지 사고가 낡아져서 ‘고정관념’의 두꺼운 틀 속에 스스로 안주해 버리는 것이다.
고정관념의 틀이 깨지면 제일 먼저 일어나는 첫 번째 변화가 ‘다양성’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눈에 들어와 보이던 것이, 이제는 서로 ‘다른’ 것 안에 담겨진 아름다움과 소중함조차 눈에 띄기 시작한다. 정작 이 순간이 오면 비로소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의 의미가 전혀 별개의 세계라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헤어스타일만 봐도 그렇다. 머리의 모양새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한결 서로의 관계성이 부드러워진다. 피부색도 마찬가지이다. 검고 희고 황색이라는 것이 오직 서로의 피부색이 같지 않다는 것뿐이지, 누가 맞고 틀리다는 ‘우열’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만 인종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세상을 둘러보면 70억에 가까운 사람들의 얼굴 모습이 다르듯, 각자의 생각 또한 다르다. 이 서로 다름이 바로 개개인의 ‘개성’이며, 삶의 다양성이다. 서로 다름은 그래서 새로움을 창조시키는 필수요건이다. 이 때문에 가정이나 사회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나이가 들어가면 자신들의 젊은 시절 체험했던 ‘다름’에 대한 열정을 깡그리 망각하고 더 이상 젊은 세대들의 ‘변화’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다름을 추구하는 젊은 그들의 변화를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그런 성향을 보이면 불량기(?)의 꼬리표를 붙여 놓고 무조건 관리하고 싶어한다.
집권 초기 현 정권의 문화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지방까지도 서울문화를 접하도록 시정하겠다”는 말을 꺼냈다가 벌집 쑤신 듯 소란이 일었다. 아마도 각 지방 고유의 문화가 지닌 ‘다양성’을 경시하고 지방에 서울의 소비문화를 접목시켜 촌스러움(?)을 없애 보겠다는 획일적 사고의 발상이었으리라.
그러므로 우리가 ‘다름’과 ‘틀림’의 의미가 같지 않다는 다양성 한 가지만 깨우쳐도, 사고가 그만큼 젊어지고 유연해져서 외곬수 ‘고집불통’만은 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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