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우리 몸 도처에 생겨 여러 곳으로 전이하기 때문에 그 증세도 극히 다양하다. 따라서 암이 전신에 퍼져서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거의 증세를 나타내지 않아 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 체표 가까운 데서 생긴 암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딱딱한 멍울을 만질 수 있다. 유방암의 경우에는 유방의 피부 밑, 위암의 경우에는 명치 밑, 간암의 경우에는 오른쪽 갈비뼈 밑에서 딱딱한 멍울이 만져진다.
다음으로 흔한 증상은 통과장애이다. 좁은 길목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통행에 불편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부위에 암이 생기면 여러 가지 통과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즉 식도에 암이 생기면 음식을 삼키기가 어려워지고 가슴이 뻐근한 느낌이 있다. 위암이면 음식물이 내려가지 않아 위가 늘어나고 구역질이나 구토가 생기며, 대장암의 경우에는 변비가 생기거나 장이 막혀 배가 팽팽해지고 복통이 일어난다. 전립선암의 경우에는 요도가 막혀 소변이 잘 안 나오며, 담도암이나 췌암이 생기면 담도가 막혀 십이지장으로 배설되지 못한 담즙이 핏속으로 거꾸로 흘러들어 황달이 생기고 소변의 색깔이 검붉어진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암의 증상은 출혈이다. 암세포가 너무 빨리 증식되다 보면 그 영양과 산소의 보급로인 핏줄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데, 그렇게 되면 그 부분의 암은 죽고 그 자리가 헐게 되므로 출혈이 생기는 것이다. 자궁암의 하혈, 직장암의 혈변, 폐암의 혈담, 방광암의 혈뇨, 위암의 토혈, 자궁경부암의 접촉성 출혈, 유방암의 혈성 분비물이나 타르 색깔의 변을 보는 것은 모두 출혈증상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거나 통과장애의 증상이 있거나 출혈이 있다고 하여 그것을 곧 암과 연결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증상은 암 이외의 다른 질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신쇠약, 빈혈, 식욕부진 등 일반적인 영양장애도 암의 또 다른 증상이다. 어떤 부위에 암이 발생하면, 그것을 중심으로 주위 기관과 장기의 기능이 전면적으로 방해를 받는다. 그리고 암세포는 한쪽으로는 자라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파괴되는데, 이 과정에서 독소가 생산되어 혈관 속으로 흡수되므로 빈혈이 심해지고 몸이 마르고 쇠약해진다. 이것을 ‘악액질’(cachexia)이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암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이상 이야기한 것은 직접적인 국소증상과 일반적인 전신증상인데, 그밖에 암이 자라면서 주위 조직을 침범하거나 전이를 일으킴으로써 생기는 증상이 있다. 폐암이 뇌에 전이됨으로써 두통·구토·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위암이 간에 전이를 일으켜 간이 부어오르고, 유방암이 뼈에 전이를 일으켜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백남선 / 건국대학교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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