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앞두고 미국내 부정적 목소리 높아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양국의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앞두고 한국이 원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의 허용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미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 제임스 마틴 핵무기 확산방지센터의 마일스 펌퍼 선임연구원은 21일 한미경제연구소(KEI), 아메리칸대 국제대학(SIS)이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동북아 에너지 안보’ 세미나에서 "파이로프로세싱은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오는 2016년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이 미국 측에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기법이다.
그러나 비확산을 정책목표로 추구하는 오바마 행정부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핵확산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한국에 재처리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펌퍼 연구원은 한국이 파이로프로세싱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핵폐기물 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핵폐기물 저장소 설치 등 다른 대안을 추진하려면 국내정치적 문제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과거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국내의 정치적 반대와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점때문에 핵폐기물 중간저장시설 구축방안보다는 새로운 재처리 기술개발 및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펌퍼 연구원은 한미간의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협력과 관련, "그러나 한국정부가 이전에 요구했던 파이로프로세싱은 공학적 수준의 것이 아니라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 여부를 살펴보는 실험단계의 연구였고, 현재 그것이 진행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펌퍼 연구원은 "이때문에 파이로프로세싱 문제는 기술적,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며, 파이로프로세싱의 세이프가드(safeguard)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이로프로세싱의 세이프가드 문제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확산 위험성 논란이 계속되는 한 파이로프로세싱 허용을 둘러싼 한미간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군축협회(ACA)의 대릴 캠볼 사무국장도 "한국이 원자력협정 개정문제 접근에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며 "그중 하나는 한국이 파이로프로세싱을 추구할 경우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나오게 만드는데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교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캠볼 사무국장은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한국이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데 동의한다면 향후 몇년동안 비핵화 방향이 아주 복잡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많은 미국의 비확산 전문가들이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캠볼 사무국장은 "한국이 고려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는 주요 원자력 수출국가들이 농축,재처리 기술을 다른 곳으로 판매하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규정 제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규정은 확산문제가 제기되는 동북아를 비롯해 핵확산방지조약(NPT) 회원국에 대해 그런 기술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볼 사무국장은 "한국에 파이로프로세싱을 허용하는 것은 이러한 규정을 제정하려는 국제적 흐름과 모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2014년 만료를 앞두고 내주에 개시되는 첫 한미원자력협정 협상 전망과 관련, 펌퍼 연구원은 "한미 양국이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뒤로 미뤄놓고 쉬운 이슈들부터 논의하기로 한 것은 합리적인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견이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허용 문제가 조기논의될 경우 협상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 파이로프로세싱 타당성 문제는 별도로 계속 연구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는 `투트랙’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펌퍼 연구원은 또 "원자력협정개정 협상 문제가 잘못 다뤄지면 감정적으로 치닫게 되고 핵주권 문제를 비롯, 여러 문제들이 부상하면서 갈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따라서 정치적 문제로 얽혀들지 않도록 하면서 파이로프로세싱 문제는 우선 경제학자, 과학자들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도록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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