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각에선 환율전쟁을 피하기 위해 금본위제로 되돌아가자는 주장도 나온다. 돈의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온통 금으로 쏠리고 있는데, 귀금속을 넘어, 투자자산이자 세계 경제시스템의 새로운 대안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금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본다.
연방정부의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 확대, 세계 경제 불안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금값이 곧 1,500달러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재정위기·양적완화로 안전자산 선호 결과
금값 자체도 변동심해 금본위제 회의적
6개월내 1,500달러대 전망… 금화 구입붐
▲금값 폭등의 이유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금본위제 부활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400달러를 돌파했다.
8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12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온스당 5.50달러(0.4%) 오른 1,403.20달러로 마감했다. 시간외 거래에서는 1,413.3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 9일에는 금 가격이 뉴욕 상품시장에서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424달러를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금값은 온스당 200달러선.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1,000달러를 돌파하더니, 이젠 1,500달러 시대가 임박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금값 상승은 유로권 재정위기 재연 우려와 연방정부의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 확대, 세계 경제 불안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등이 배경이다. 양적완화란 국채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으로, 사실상 달러화를 찍어내 돈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정책이다.
돈 가치가 떨어지니 원자재 등 실물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 연준이 2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2일 이후 금값은 5%, 은값은 13%나 뛰었다. 당분간 연준이 양적완화를 철회하거나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금값도 계속 오를 것이 틀림없다.
졸릭 총재가 8일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를 통해 금본위제 도입을 제안한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의 마크 퍼반 애널리스트는 “환율 안정을 위해 세계 지도자들이 금본위제 회귀를 검토해야 한다는 세계은행 총재의 깜짝 발언으로 금값이 탄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본위제 가능할까?
졸릭 총재는 기고문에서 “G20이 달러와 유로ㆍ엔ㆍ파운드ㆍ위안화를 포함하는 새로운 통화체계를 구축하고 금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향후 통화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의 국제적 준거로 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새로운 금본위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지난 40년간 국제 통화체계에서 지폐만을 가치 측정의 기준으로 삼던 것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다. 금의 경우 수천년 동안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면서 과도한 인플레이션이나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이를 헤지하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졸릭 총재의 제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장은 “금값 자체의 변동성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금을 근거로 삼기에는 너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1,500달러 진입은 언제?
전문가들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안전자산인 금 선호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금값이 머지않아 온스당 1,500달러 안팎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앞으로 6개월 내에 1,525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으며 시티그룹은 지난 8일 내년 금값 추정치를 온스당 1,444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연준이 6,000억달러의 유동성을 더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적으로 유동성의 과도한 공급 전망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돈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금 가치는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두달 동안 달러화 가치는 주요 경쟁통화 대비 6%가 하락했지만 금 가격은 17%나 상승했다. 금은 현물 선호현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밀이나 구리, 면화 등 여타 상품의 가격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금은 수십억달러를 주무르는 헤지펀드 매니저 뿐 아니라 개인 투자가들에게도 인기다. 1온스짜리 금화를 사기 위해 일반인들이 몰리고 있다. 매사추세츠에서 주화 판매업을 하는 마크 올리아리는 “사람들이 한번에 금화를 50개, 100개씩 사간다”면서 “이는 개인들에게는 매우 많은 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부자들만 금 투자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재산의 30~35%를 금에 투자하고 있다. 자신의 돈을 종이 쪼가리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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