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성경책 낱장의 바깥 면에 돌아가며 빨간 색을 입혔다. 청소년기에 그 성경을 버스 뒤 칸에 앉아 읽곤 했는데, 시뻘건 색이 유난히도 도드라졌다. 나중에 그 빨간 책을 탐독중인 다른 승객의 모습을 멀찍이서 본 적이 있다. 왠지 ‘고색창연’해 보여 웃음이 났다. 그러나 이내 이런 생각이 스쳤다. ‘사람들은 저 별스러워 보이는 책 속에 예수님의 붉은 피의 비밀, 그 기막힌 효력을 약속하시는 신의 희귀한 육성이 담겨 있다는 건 감쪽같이 모르는구나.’
하나님을 떠난 죄인이 그분께로 되돌아가는 회심의 사건은 신비다. 사람이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무슨 특정 공식이나 비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의 책 성경에 기록된 구원의 복음만이 유일한 ‘U턴’ 사인이다.
천지창조 사건과 초기 인류사가 이후 모든 기록의 배경이 되는 독특한 책, 그 책의 주인공이 등장한 뒤로는 그를 각 민족에게 소개하는 선교역사가 곧 서양사의 핵심 줄기일 만큼 시공간에 굳게 뿌리박고 있는 책, 선교역사가 완성되면서 인류역사도 끝나간다는 종말의 징조들까지 정확히 예언해 놓고 있는 책, 구원의 복음은 바로 그 책 성경에서 역사 속에 실제로 일어난 한 실존인물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사건 가운데 면면히 선포되어 왔다.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마 24:14).
오늘 당신 또한 그 복음을 듣고 하나님의 오래 묵은 사랑을 발견할 때 회심을 경험한다. 표면상 그 사랑의 사건은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상식이듯 흔하고 진부한 상식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굳이 낯설게 하지 않으면 복음을 진짜 ‘굿 뉴스’로 듣기가 오히려 무척 어렵다.
회심의 사건은 역설이다.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와 당신의 인격적인 반응이 동시에 작동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는 무조건적이지만 구원과 용서의 혜택은 조건적이다. 복음을 들은 당신은 ‘하나님께 대한 회개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행 20:21)으로 반응해야 한다. 그때 하나님께서 신비롭게도 당신의 마음을 움직여 ‘생명 얻는 회개’(행 11:18)를 허락하신다.
예수님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오셨다(눅 5:32). 구원 받을 자격은 오직 하나, 죄인이다. 그러나 회심하는 순간 죄인에서 그분의 자녀로 신분이 바뀐다. 화해를 통해 비로소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잡힌다.
이것은 성품이 아닌 신분을 바꾸는 법적인 용서다. 용서받은 뒤 성품이 변화되고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자녀로서 짓는 죄는 형벌이 아니라 일시적 징계의 대상이다. 때마다 그 죄를 회개하고 자백하면 용서받는다.
그러나 죄인이 자녀의 신분을 처음 획득할 때 믿음으로 단번에 얻은 용서는 영원히 온전하다. 결코 번복되거나 취소되지 않는다. 당신의 죄는 2,000년 전에 이미 다 용서되었다. 그 죄를 다시 지고 애써 지옥 형벌을 자처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고 치명적인 실수는 없다.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요 5:24).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히 9:12). ‘그리스도께서도 한 번 죄를 위하여 죽으사 의인으로서 불의한 자를 대신하셨으니 이는 우리를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려 하심이라’(벧전 3:18).
안 환 균 <사랑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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