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송년모임이 줄을 잇는다. 일가친척이나 친구들끼리의 조촐한 모임 말고도 직장, 교회, 동창회, 사회단체 등의 규모 큰 연말파티가 거의 매일 열리고 있다. 그간 살기 바빠서 못 만났던 친지들이 해가 바뀌기 전에 한 자리에 모여 회포를 푸는 아름다운 세속이다.
예전에 한국에선 송년모임이 마치 술 마시기 대회장을 방불케 했다. ‘폭탄주’를 거푸 들이킨 참석자들이 고주망태가 돼 난장판을 이루는 통에 망년회가 ‘망녕회’가 되기 일쑤였다. 필자처럼 술을 못하는 사람들은 송년회에서 스트레스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이 받았다.
요즘은 다르다. 참석자들이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보다 얼마나 웃고 즐기느냐가 그날 모임의 성패를 가늠한다. 건강을 해치는 술보다 몸에 보약처럼 좋은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래서 사회자의 역할이 막중하다. 끊임없이 익살과 유머를 쏟아내 좌중을 웃겨야 한다.
연말모임에서 들은 재담이 몇 개 생각난다. “덜 떨어진 사람은?…절벽에서 추락하다가 나무에 걸려 살아난 사람” “주변머리 없는 사람은?…머리둘레에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 “서울시민들이 한꺼번에 외칠 때 들리는 말은?…천만(서울인구)의 말씀” “여자가 가려고 안달하는 집은?…시집” “여자는 무드에 약하다. 남자가 약한 건?…누드” “이심전심이란?…이순자가 심심하면 전두환도 심심하다” “개가 사람을 가르친다를 4자로 줄이면?…개인지도” 등이다.
음담패설 같은 유머도 있다. 여고 생물교사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인체기관 중 흥분하면 8배나 팽창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학생들이 킥킥댈 뿐 대답하려들지 않았다. 반장을 지명해 대답하라고했더니 그녀 역시 얼굴을 붉히며 묵묵부답이었다. 교사가 말했다. “네 마음속의 대답이 무엇인지 난 안다. 그건 틀렸어! 내 질문의 정답은 눈의 동공이야. 지레짐작은 공부에 해롭다…그리고 8배나 커질 것으로 기대하면 결혼 후 실망한다.”
유대인을 주제로 한 유머도 있다. 오랜만에 건강검진을 받은 유대인에게 의사가 소변을 받아오라고 했다. 그는 큰 술병에 오줌을 가득 담아왔다. 의사는 이렇게 많이 필요 없다면서 그냥 받았다. 검사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그는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가족이 모두 건강하대요…안심해요!”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라는 옛말은 웃을 때마다 젊어지고 화낼 때마다 늙는다는 뜻이다. 말장난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웃으면 긴장이 풀리고, 정신이 맑아지며,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소화가 잘 되며, 염증이 완화되고, 피부도 윤택해 진다. 한바탕 웃고 나면 조깅한 것만큼 에너지가 소모돼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억지웃음도 효과가 똑같다. 의사들이 환자의 입에 연필을 가로로 물려 웃는 표정을 짓게 하는 것은 그런 표정이 될 때 뇌가 자극을 받아 마음이 자연히 즐거워지는 데 착안한 치료법이란다.
웃음은 본인뿐 아니라 사회의 건강에도 크게 기여한다. 크리스틴 카터 박사(UC-버클리 교수, 사회학)는 한 사람이 웃으면 그로 인한 행복한 분위기가 주위 사람 6명에게 즉각 감염되고, 그 6명이 또 각각 6명씩 잇따라 감염시키는 파급효과가 이어져 그날이 끝날 때쯤엔 258명이 행복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웃음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켜 친구를 많이 사귀게 해주며 세일즈맨들에겐 판매량을 늘려주고 직장에서도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게 해준다며 자녀 성공의 요체는 IQ나 학교성적이 아니라 잘 웃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40여년 전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TV 코미디 쇼가 크게 인기를 모았었다. 문화방송(mbc)이 개국직후 방영하기 시작한 이 코미디 쇼에는 구봉서, 배삼룡, 서영춘, 이주일, 이기동, 이대성 등이 나와 우스꽝스러운 대사와 ‘자빠지고 넘어지는’ 제스처로 사람들을 웃겼다. 저질이라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코미디는 군부 독재정치에 주눅 들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웃을 일이 없었던 당시 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장수했다.
그러고 보니, 그 시절 이후 배꼽 빠지게 웃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물론 몇 번은 있었겠지만 너무나 오래 동안 포복절도할 일이 없었던 탓인지 얼른 기억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선 웃어야 한다. 올 연말에도 미국경제, 특히 한인사회 경기가 최악의 상황이지만 독자들께도 억지로 웃을 것을 권한다. 송년모임에서 음담패설이라도 듣고 웃고 돌아오는 게 방구석에 혼자 있는 것보다 건강에 좋다.
윤여춘(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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