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직후 사회가 어수선하고 전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런 시대였다. 그러던 어느날 배달된 신문에 눈에 번쩍 띄는 기사가 났다. 나이가 70이 넘은 구두닦이에 관한 기사였다. 런던 거리에서 구두만 50년 넘게 닦은 과히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인물이었다. 전세계를 휩쓴 경제공황때 직업을 잃고 헤메다가 우연한 기회에 견습을 거쳐 숙련공이 된 다음 구두닦이를 시작했다. 그는 일을 시작하며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구두닦이가 되겠다는 마음을 다짐했다. 장소도 옮기지 않고 한군데서 긴 세월 구두닦이를 천직으로 삼고 삶 속에서 보람찬 생활을 일궈나갔다고 한다. 당시 실의에 차있던 우리를 격려하려고 실린 기사였을 것이다.
가끔 장인으로서 한국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한동안 이문화(Cross Cultural)세미나를 미국 여러 도시와 멕시코와 프랑스에서 했다. 한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미국 회사 간부들은 한국문화 중에서 ‘한’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그들은 무엇이 전쟁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이름도 없는 나라가 경제 대국이 되었냐는 것이다. 모두가 다 아는대로 한국은 산업구조가 없는 나라였다. 전쟁 후에 한국이 갖고 있었던 유일한 자산은 교육을 받은 인력과 그 인력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준 정치 지도자였다고 이야기 한다. 지도자와 훈련된 힘의 시너지 그리고 자식의 성공을 위한 끊임없는 부모의 희생이 가져다 준 ‘한’의 발로라는 이야기와 함께 좋지 못한 여건하에서 장인 정신을 배양케 한 기업의 노력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때를 같이 한 외국사람들이 한국사람하면 “빨리 빨리”라는 말이 떠오리 만큼 한국 사람들은 바삐 일을 했고 주위 국가와 뒤쳐진 공백을 메우려고 부단한 노력을 경주 했다. 그런가 하면 빠른 결과만 추구하다가 장인 정신이 결여되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얼마전 두 주지사 취임선서 장면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뉴욕주 검찰총장을 거처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앤드류 쿠오모는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가 재선에서 실패한 선거에서 이겼다. 아버지가 무명 공화당 후보에게 패한지 16년만에 아들이 설욕을 했다. 그런가 하면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제리 브라운도 근 30여년 만에 두번 하고 물러난 주지사 자리를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았다. 주지사였던 아버지 팻 브라운은 아들의 1970년대 주지사 선서식에 참관했고 그의 딸이 주국무장관도 되는 영광도 갖게 되었다. 앤드류 쿠오모나 제리 브라운도 아버지들로부터 정치가의 장인 정신을 전수 받았을 것이다. 자식의 성공을 눈여겨 보며 격려한 부모의 마음도 갸륵 하겠지만 전통을 옳바르게 받아드린 후세의 마음도 높이 사야겠다.
우리 한국전통처럼 한세대가 전세대를 능가하게 하는 힘을 실어주는 노력도 좋겠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장인 정신을 심어주는 이곳의 전통도 높이 사야 될 것이다. 그저 구름 잡는 이야기보다는 가업을 전수시키며 옳바른 장인 정신을 심어주는 부모의 마음이 몇대를 거치며 사회에서 성공한 구성원이 되게 한다. 내 주위에서도 아버지로부터 전수 받은 공인 회계사 업무를 자식들한테 이어주는 친구도 여러 사람 있다. 그중에 한 사람은 아들 둘과 파트너쉽을 하며 회계업무를 성공적인 기업으로 일구었고 아들 중에 한사람은 공인 회계사 중에 대가가 되었다. 주위에 이런 장인 정신이 상호명에도 나타난다. 상호명이 누구누구와 아들(Jones and Sons)이라던지 누구누구 형제(Jones Brothers)라는 이름인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전통이 하루만에 이루어 진 것은 아닐 것이다. 공동체를 이루어 나만이 아닌 우리만이 아닌 모두에게 윈윈하게 하는 그런 마음의 자세에서 온 결과일 것이다. 우리 말에 생업을 ‘하늘 천’자를 넣어 ‘천직’이라 한다. 아마 하늘이 준 기업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장인 정신은 혼자만 갖지 말고 여러사람과 공유했을 때 빛을 더 발하게 된다. 새로 시작하는 토끼해에 50년을 구두닦는 그런 마음을 갖고 나도 한해를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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