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선배의 원포인트 레슨
노던트러스트오픈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6일 오후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컨트리클럽 드라이빙 레인지.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 아시아 출신 선수로 첫 메이저 챔피언 반열에 오른 양용은(39)이 오전 프로앰 라운딩을 마치고 연습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약 30분 정도 볼을 치며 클럽과 스윙을 점검하는 등 대회를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던 중 싱그럽고 풋풋한 느낌의 청년 한 명이 다가와 그에게 인사를 했다. 올해 20세로 이번 대회 출전선수 중 최연소 선수인 PGA투어 루키 김비오였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KGT 대상과 최저타수상, 신인상 등 3관왕에 오르는 등 ‘수퍼 루키’로 화려한 한 해를 보냈던 김비오는 PGA투어 Q스쿨을 통과, 올해 PGA투어에 진출했고 이번 대회에는 먼데이 퀄리파잉을 통과해 출전권을 따냈다.
이날 프로앰이 없었던 김비오는 클럽 몇 개만 들고 나와 장갑을 잊어먹고 안 가져왔다고 말했고 양용은은 선뜻 백에 있던 자신의 장갑을 내준 뒤 나란히 서서 함께 볼을 치며 지나가는 말처럼 투어생활에 필요한 노하우들을 허물없이 전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비오가 최근 스윙에서 어려움을 토로하자 곧바로 본격적인 조언이 시작돼 한동안 계속 됐다.
본인의 대회 준비는 잠시 제쳐두고 어린 후배의 어려움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 선배 양용은의 자상한 강의는 거의 30분 가까이 계속 됐다. 직접 시범까지 보여주며 문제가 되는 사항들을 하나하나 지적해주는 선배의 말을 김비오는 경청했다. 필드에 서면 서로가 서로를 이겨야하는 경쟁관계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선배와 후배로서 따뜻한 정이 넘쳐 흐르는 것을 느끼게 해준 장면이었다.
김비오는 “샷을 찍어치면 스핀이 많이 걸려 거리에서 손해를 본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어퍼블로로 치는 법을 배웠다”면서 “투어의 한인선배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 덕분에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양용은은 “사실 샌디에고(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때부터 이야기를 해줬다”면서 “다운블로로 치면 거리도 문제지만 방향도 나빠진다. 지난해는 샷이 나보다 멀리 갔는데 샌디에고에서보니 많이 나빠져 있어 조언을 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이 혼자서 하다보면 문제가 생겨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당장 코치가 없다고 하니 신경써서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고 문제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이야기를 해줬다”면서 “저 친구(김비오) 구질을 보면 스윙에 너무 힘이 들어간 상태다. 채를 꽉 잡으면 샷이 다운블로로 맞게 된다. 반대로 자연스럽게 풀려맞으면 어퍼블로가 생기는데 그것만 찾으면 편안하게 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이번에 3번째로 출전하는 이번 대회 코스인 리비에라에 대해 “나와 아주 잘 맞는 코스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코스 중에는 선수와 뭔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은 곳이 있는 데 리비에라가 매우 좋은 코스이지만 자신에겐 뭔가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는 것.
반대로 피닉스오픈이 벌어지는 스캇츠데일 TPC코스는 코스에 들어설 때부터 편안한 느낌이 드는 곳이고 메모리얼 토너먼트가 벌어지는 뮈어필드 컨트리클럽은 그 정반대로 이상하게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곳으로 꼽았다. 양용은은 17일 오전 8시3분 10번홀에서 1라운드를 시작하며 김비오는 오후 1시15분 1번홀에서 티오프한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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