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호르몬 억제제 ‘펩타이드’ 놀라운 발모효과
B열의 대머리 쥐들에게 모발성장 혼합물 치료를 한 결과 털이 돋아나면서 C그룹의 쥐들로 변했다. A그룹은 모발성장 혼합물 대신 위약을 제공받은 쥐들이다.
실험용 대머리 쥐들에 투여 결과
석달만에 일반쥐처럼 발모
‘인간에게도 동일 효능’ 여부 실험
연령을 불문하고 남성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두 가지 이슈가 있다. 첫 번째는 돈이고, 두 번째는 머리털이다. 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머리털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가진 자’들의 무지한 헛소리다. 사실 민둥산 빈 머리만큼 남성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요인도 드물다. 관자놀이에 붙은 몇 가닥 머리카락으로 벌거숭이 중원을 가리려는 눈물겨운 노력은 대머리가 얼마나 감추고 싶은 ‘남루’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서, 새로운 모발촉진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빛나리’들의 가슴은 기대로 부풀어 오른다.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반가운 희소식이 이번에는 캘리포니아에서 날아들었다.
스트레스가 결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쥐를 이용한 실험을 실시하던 UCLA와 원호처의 과학자들은 실험에 사용한 약물이 놀라운 발모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래 이 약물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동원된 아스트레신-B라는 펩타이드였다.
실험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통하는 CRF (corticotrophin-releasing factor)를 과잉 생산하도록 유전자가 변형된 쥐들이 동원됐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체내에서 과잉생산 되는 쥐들의 특징은 머리에서 꼬리까지 털이 몽땅 빠진다는 것. 말하자면 이들은 털 없는 ‘민둥 쥐’들이다.
과학자들은 아스트레신-B가 스트레스 호르몬이 결장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이들 대머리 쥐들을 5일간 문제의 펩타이드로 치료한 뒤 통제그룹에 속한 일반 쥐들과 같은 우리 속에 집어넣었다. 그로부터 석달 후 추가 실험을 실시하기 위해 쥐 우리를 들여다본 과학자들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 속에는 털 없는 쥐가 단 한 마리도 없었던 것. 유전자 변형을 거친 쥐들 모두가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 일반 쥐들과 전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털로 덮여 있었다.
UCLA 스트레스 생물학 전임상실험 프로그램의 공동 디렉터인 밀리언 머러게터 박사는 ‘대머리 총각’들의 흥분을 자아낼 이 같은 ‘우연한 발견’을 지난 2월16일 온라인 의학저널인 PLoSOne에 올렸다. 머러게터 박사의 발표 내용에 대해 피부 전문의들과 탈모 연구원들은 즉각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피부 전문의 멜리사 피리앙 박사는 쥐를 이용한 아스트레신-B 실험결과가 인간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스트레스와 탈모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필리앙 박사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환자들의 탈모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며 “그러나 유전적 탈모가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펜실베니아 의과대학 피부학과장 조지 코트사레리스 박사는 이번 UCLA 실험을 통해 발모제가 개발된다 해도 그 효과는 스트레스와 관련한 탈모에 국한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유전자로 인한 대머리 치료제는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다소 ‘서운한’ 예측이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발모제 개발의 실마리를 잡은 UCLA의 머러게터 박사는 아스트레신-B를 이용한 민둥머리 퇴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러게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여러 차례의 반복실험을 통해 5일간 소량의 아스트레신-B 치료를 받은 무털 알몸 쥐들에게 단 몇 주 사이에 털이 돋아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아직 털이 빠지지 않은 유전자 변형 생쥐들에게 아스트레신-B 펩타이드를 주입하자 이들 모두 ‘체모’를 유지했다. 이는 아스트레신-B가 발모뿐 아니라 노화와 관련된 탈모방지에도 잠재적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치료효과 역시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차례 치료를 가한 쥐들을 4개월 간 지켜본 결과 새로 돋아난 털이 빠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다. 평균수명이 2년인 쥐들에게 4개월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발모제의 경우 효과의 지속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만약 쥐들에게 나타난 발모효과와 지속성이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단 한 차례 사용으로 빈 머리에 머리털의 숲이 조성되는 ‘기적’을 보게 된다. 그러나 코트사레리스 박사는 인간과 쥐의 모발 성장주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머러게터 박사의 연구결과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딴죽걸기’를 계속했다. 머러게터 박사도 아스트레신-B 발모제를 이용한 인체 임상실험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적어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쥐들에게는 확실한 발모효과가 나타났지만 인간에게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을 뿐더러 펩타이드가 어떻게 체모 성장을 촉발시키는 것인지 그 작용 원리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시인했다.
머러게터 박사는 그러나 이 물질이 피부와 모낭의 스트레스 수용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했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비활성화된 쥐들의 모낭이 아스트레신-B 치료 후 활성화되면서 다시 모발성장 주기로 바뀌었다”는 것. 머러게터 박사는 또한 아스트레신-B가 쥐의 피부 색소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대항물질인 아스트레신-B가 흰머리를 방지하는데도 효과를 보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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