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소니 김은 지난해 매스터스에서 마지막 날 7타를 줄이며 우승자 필 미켈슨에 4타 뒤진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2009년 처음으로 매스터스 초청장을 받은 앤소니 김(25)은 첫 출전부터 ‘사고’를 쳤다. 2라운드에서 버디 11개나 쓸어 담아 매스터스 루키로 대회 한 라운드 최다 버디 기록을 새로 쓴 것. 그리고 지난해 두 번째 출전에선 당당히 단독 3위를 차지했다. 매스터스와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음을 분명하다. 3번째 매스터스 출전을 앞두고 그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그린재킷을 향한 열망과 지난 2년간 매스터스 도전 과정에서 보고 느낀 소감들을 소상하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주요내용.
US오픈이나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스터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지난 2009년, 나의 첫 매스터스를 위해 (어거스타 내셔널에) 도착하면서 워싱턴 로드(어거스타 내셔널 앞 길)를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도착 후 코스에선 (선수들도) 셀폰을 소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연습도중 iPod로 음악을 듣는 데 경찰관이 오더니 끄라고 지시했다. “음악을 듣는 것이지 전화하는 게 아니다”고 항의했지만 “iPod는 쓸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 2~3분이 더 걸렸다. 이런 작은 것들이 매스터스를 다른 대회들에 비해 특별하게 하는 것 같다.
그해 나는 2라운드에서 11개의 버디를 잡아 대회 기록을 세웠다. 사실 그때 내가 경기 중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대회를 즐겼고 또 한편으로 전날 75타를 쳤기에 파 이하를 쳐야만 컷을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전념했다. 아무 생각없이 경기를 즐기며 마친 뒤 누군가가 다가와 “65타를 쳤다. 버디 11개로 신기록을 세웠다”고 알려줬다. 순간 그들이 농담 하는 줄 알았다. 내가 매스터스 기록을 세웠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매스터스에 나선 지난해에는 3등을 했다. 마지막 날 백9에 들어서며 선두권에 오른 것이었다. 13번과 14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15번홀에서 이글퍼팅을 앞두고 캐디에게 “이 퍼팅을 성공하고 남은 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으면 우리가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퍼팅에 이어 16번홀에서 20피트 버디를 성공시킨 뒤에는 “다음 두 홀에서 드라이브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린다면 내가 우승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는 안됐지만 평생 동안 우승을 꿈꿔왔던 매스터스에서 그런 상황을 맞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여기 오면 그린재킷을 입고 돌아가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이 코스는 나와 꼭 맞는다. 보는 것도 즐겁고 여기 있으면 내 게임이 더 잘된다는 느낌이 든다.
나만 잘 한다면 우승기회가 반드시 올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너무 그린재킷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승을 하려면 최고의 플레이를 해야 할 뿐 아니라 승운도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4홀을 남기고 우승찬스가 온다면 -그것이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10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린재킷을 입는) 그 장면을 꿈꾸기 시작할 것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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