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41)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승부처는 악명 높은 소그래스 TPC 스테디엄 코스의 17번홀이었다.
워터해저드로 둘러싸인 파3짜리 17번홀은 평소에는 그린까지 거리가 137야드지만 15일 마지막 라운드 때는 130야드로 조정돼 있었다.
비가 내려 3라운드가 순연되면서 대회 마지막 날 26홀을 돌아야 했던 최경주는 4라운드 후반 들어서도 동반 플레이어인 데이빗 탐스(미국)와 좀처럼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16번홀(파5)에서 탐스가 무리하게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노리다 워터 해저드에 공을 빠뜨리는 실수를 하면서 대세는 최경주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탐스가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1타를 까먹는 사이 최경주는 6피트가 안 되는 버디펏을 놓치긴 했지만 파로 홀 아웃하며 공동 선두에 올랐다.
다음에 최경주를 맞이한 것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어이없이 티샷을 워터 해저드로 보내기 일쑤인 17번홀이었다. 이전 1〜3라운드에 세 차례 파를 적어냈던 최경주는 자신있게 티샷을 날렸고 볼은 홀 9피트 옆에 떨어졌다.
내리막이 심한 까다로운 라인이었지만 최경주의 버디펏은 천천히 굴러 홀 앞에 바로 멈추는 듯하더니 홀 안으로 떨어졌다.
최경주는 17번홀 버디로 1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지만 탐스는 18번홀(파4)에서 15피트가 넘는 버디펏으로 응수,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대부분의 대회에서는 18번홀에서 연장전을 벌이지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연장전은 17번홀이다. 다시 17번홀 티박스에 선 최경주는 티샷이 다소 길어 홀에서 35피트나 떨어진 곳까지 굴러갔고, 탐스의 티샷은 그 절반 정도 거리인 18피트 부근에 멈췄다.
최경주는 내리막 펏을 천천히 굴려 홀컵 3피트 옆에 붙였지만, 탐스가 18피트짜리를 성공시키면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탐스는 그 결승펏이 홀컵을 살짝 지나간데 이어 ‘컴백 펏’도 빗나가며 최경주에게 우승 기회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최경주는 전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신있게 결승펏을 성공시킨 뒤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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