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타임스에 비만을 수술로 다스리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가 났다.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넘치는 살과의 전쟁을 아예 ‘밥통’을 줄여버린다는 것이다. 비만 수술의 주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한 방법은 스테이플이나 밴드를 이용해 위 주머니의 일부를 막아버림으로써 위가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식사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또 한 방법은 체내의 칼로리와 영양분을 흡수하는 부분을 줄이기 위해 위 절제술과 소장 우회술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미국 내 비만수술 건수가 1995년의 2만 건 미만에서 올해에는 22만 건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이 방법이 성공한 사람으로 메트오페라 소프라노 드보라 보이트가 있다. 220파운드에 가까운 무게로 무릎관절에 통증이 오고 고혈압과 당뇨도 걱정되던 중 2004년 6월 런던 로열오페라의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주역으로 출연 예정이던 그녀는 뚱보 몸매 때문에 출연계약 취소를 당했다. 보이트는 맨해턴 레녹스힐 병원에 입원하여 3시간30분간 위 수술을 받고 감량에 성공했다. 부피가 줄어든 보이트의 위는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꼈다. 허리사이즈도 66인치에서 32인치로 줄어들었다.
2004년 11월 바그너의 ‘탄호이저’에서 엘리자베스 역으로 메트 무대에 선 보이트는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성공적인 공연을 하자 수술 사실을 고백했다. 살을 뺀 보이트는 2007~2008년 취소당했던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무대에 복귀했다. 이런 경우는 수술을 잘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 이 극단적인 방법을 굳이 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이다 보니 무섭기도 하고 위험도 따르고 수술 합병증이나 재수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날씬해지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식지 않는 데다가 보험사들이 비만으로 인한 질병 치료비보다는 한번에 2만달러 정도인 수술비가 싸게 든다는 판단 아래 이 비용을 커버해 준다니 비만 수술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요즘 60대에 접어든 한인들 사이에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이다. 질병과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를 주위 친구와 인터넷을 통해 알아 모르는 것이 없다.
동년배 친구를 만나면 당신 심장 스텐트를 언제 했는가, 전립선 수술은 했는
가, 어떤 약을 먹고 있는가, 보험 커버는 어느 정도 되는가 등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매일 적당한 양의 운동을 하고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하루 세끼 영양제와 비타민을 챙겨먹자, 매일 실천해야 하는 것은 첫째 웃어라, 둘째 미소 지으라 셋째 한껏 웃어라 하고 말한다. 또 다리에 힘이 좋아 걸을 수 있을 때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라고 권한다. 인생의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으니 배우자에게도 더욱 잘하고 “있을 때 잘해” 한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햇볕을 쪼이러 집 근처 공원에 갔다. 육상 트랙을 따라 달리는 젊은 남녀의 반팔 반바지가 산뜻하고 뚱뚱한 중년 남자와 노인이 천천히 걷다가 빨리 걷다가 하는 모습이 재미있고 트랙 한 옆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연습하는 10대들의 발랄함에는 찬탄이 절로 나왔다. 이스트 리버 건너 미드타운 맨해턴 고층빌딩을 멀리 보며 걷는 산책로에도 달리는 사람, 천천히 걸어가며 팔다리 운동 하는 사람 등, 모두가 자신의 몸 건강을 위해 땀 흘리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 운동하는 것처럼 좋은 건강법이 어디 있는가 싶은 것이 긴 겨울동안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느라고 좁아진 시야, 작아진 관점이 넓게 보일 것이다. 매사를 널리 멀리 보다보면 정신적으로도 밝고 맑아질 것이니 아무래도 좀 더 공원과 친숙해져야겠다. 그리고 남산만한 ‘배’를 내려다보면서 비만수술을 하면 옷 사이즈가 4나 2로 줄까 했던 쓸데없는 착각도 자연스레 현실이 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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