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맹호부대 1연대 화학병으로 파월됐다가 고엽제에 중독되어 말초신경증 중추신경 장애로 고생하다 지난해 6월 고인이 된 김영운(가명)병장의 부인 김복수씨(50.·경기 광명시)는 요즘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한다. 남편이 생전에 고엽제 후유의증으로 앓았던 증세들이 딸(28)과 아들(22)의 몸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키운 자식들이 남편과 똑같은 고통을 겪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 고엽제가 무서운 건 바로 대물림 때문이다. 비극이 본인에 한정되지 않고 2세, 3세 한테 까지도 나타나는 게 바로 고엽제 중독이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지 36년이 지났지만 김씨 가족처럼 아직도 수많은 참전용사 및 그들의 2세들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평생을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고, 그 무거운 짐을 자녀들에게 대물림해 주어야 하니 국가를 위해 먼 베트남 땅에서 목숨 걸고 싸운 대가가 고엽제 대물림 이라니..세상에 이런 기가 막힐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번에 믿을 수 없는 아니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16일 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30여년 전 맹독성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를 대량으로 묻었다는 전직 주한 미군의 증언이 나왔다. 그리고 매립된 고엽제 중 일부는 베트남에서 들여온 것 같다는 증언이 꽤나 구체적인 것으로 보아 사실인 것 같다.
사실이라면 너무 충격적이다. 고엽제 폐해를 직접 체험한 우리 베트남 파병 용사들은 이번 소식에 과거의 악몽을 되살리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엽제가 얼마나 무서운 맹독성 물질인데…
당시 베트남에선 그런 독성을 모른 채 우리 병사들이 고엽제를 손으로 뿌렸다(당시 우리 병사들은 제초제로 쓰이는 농약정도로 알고 있었다). 또한 모기약 인줄 알고 비행기에서 뿌려지는 고엽제를 몸에 일부러 맞기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들면서 참전 장병들에게서 원인 모를 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뒤늦게 고엽제 중독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의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현재 고엽제 피해자 신청자는 모두 7만2,000여명으로 고엽제 후유증 4,148명, 고엽제 후유의증 4만8,877명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고엽제 후유증을 대물림해 환자로 결정된 2세는 겨우 50여 명에 불과하다. 아직도 고엽제 심각성을 모르는 한국정부의 무지 탓인가?
에이전트 오렌지 - 베트남전 때 미군은 이 약제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용기에 오렌지색을 칠했다. 그로 인해 고엽제는 대체로 에이전트 오렌지로 불렸고, 고엽제 살포는 `오렌지작전`이라 불리기도 했다.
고엽제는 한자 뜻 그대로 잎을 마르게 하는 약제다. 베트남전 때 미군이 적 게릴라 잠복을 막기 위해 밀림을 제거하는 데 썼다. 미군은 1960~71년 사이 베트남 국토의 15%에 달하는 광범한 지역에 이 고엽제를 살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80%는 한국군 작전지역에 해당한다.
이 고엽제가 문제 된 주 요인 중 하나는 최고의 맹독물질인 다이옥신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엽제가 한국 땅에 매립되었다는 사실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한국 정부는 신속히 사태를 파악하고 만약 사실이라면 재빨리 정화 조치를 취해야 하고 미당국에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미 당국은 미군이 고의적으로 묻은 게 확실한데도 책임을 회피할 경우 엄청난 저항의 반미여론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한 영/서북미 베트남참전 국가유공자 전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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