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제도의 변화로 핵가족화가 진전되면서 경제력을 갖춘 은퇴자들이 전통적인 노인의 모습을 거부하고 있다. 보다 나은 삶과 아름다운 여생을 꿈꾸면서 자신들만의 인생을 추구해 보려는 욕심이 통크족(TONK)족을 탄생시키는 계기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통크(TONK, Two Only No Kids) 족이란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해체되면서 자식들에게 의존해서 살기보다는 배우자와 함께 독립해서 살겠다는 노인들이다. 마치 들판의 야생 꿩처럼 열 걸음을 걸어서 겨우 한 입 쪼아 먹고 백 걸음을 걸어야 물 한 모금을 마실지언정 새장 속에서 길러지는 편안함을 원치 않는 사람들, 전통적인 조부모 세대의 역할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손자, 손녀 돌보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으면서 부부가 취미생활과 운동, 여행 등으로 인생의 말년을 즐기며 보내겠다는 사람들이다.
통크족이 자식들의 부양을 거부하고 독립적인 삶을 주장한다고 해서 인간적인 관계까지 거부 하는 것은 아니다. 삶에 바쁜 자녀들이 손자, 손녀를 봐 달라고 요구했을 때 무조건 거절하는 것이 통크족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부모의 생활을 존중하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부탁하는 것은 거절하지만 상황과 여건에 따라서는 한 달이라도 손자소녀를 봐 줄 수 있는 배려가 진정한 통크족의 여유 있는 모습이다. 오나가나 눈에 밟히는 손자, 손녀들의 재롱을 보면서 온고지신을 가르치고 이들에게 미래를 준비하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통크족의 행동철학을 겉으로만 드러나는 몇몇 모습에서 찾기보다는 자신의 상황과 경우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독립된 삶을 외치는 이 시대의 실버 세대도 세월의 힘을 이길 수는 없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물론 사회적 능력도 조금씩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장자는 일찍이 인간세편(人間世篇)에서 무용지용(無用之用)의 도(道)를 말했나 보다. 그는 “쓸모 있는 나무는 일찍 베어진다. 계피나무는 향기가 있다고 하여 베어지고 옻나무는 베어서 칠에 쓴다. 하지만 옹이가 박히고 결도 좋지 않아 어디에도 쓸모없었던 나무는 베어가는 사람이 없어서 가장 크고 무성하게 자라 원래 나무의 본성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유용(有用)의 용(用)만 알고 무용(無用)의 용(用)은 알려고 하지 않으니 서글픈 일”이라고 하면서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이란 역설적 지혜를 가르쳤다.
실버 세대가 재산이든 건강이든 아니면 사회적 능력이든 ‘쓸모 있음’을 지니고 있을 때는 아무리 통크족임을 선언해도 ‘그 쓸모 있는 열매’ 때문에 감나무나 사과나무처럼 자식과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시달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녀 세대의 가치관이나 사회 환경이 함께 변화하지 않는 한 통크족의 삶은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연유로 해서 내 재산, 내 저금통장을 움켜쥐고 자식, 손자와 떨어져 살면서 얻는 풍요와 편안함이 과연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자유인가 하는 것은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장자의 무용지용의 도를 따르면서 마음은 들꿩처럼 새장 속에서 길러지는 편안함보다는 흐르는 물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 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사랑이 담긴 여생을 사는 길이 더 멋진 노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냉장고에서 떨어져 나간 김치 냉장고가 냉장고의 힘을 덜어주면서 김치 맛을 지키는 자신의 고유 역할을 담당하며 당당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통크족인 실버 세대도 자신들만의 자리를 지키면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새로운 존재들로 당당하게 서기를 바란다.
이규성
워싱턴 가정상담소 프로그램 디렉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