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애플의 주가가 300달러를 넘었을 때 총 기업 가치는 약 2,700억달러로 평가되어 엑슨 모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산을 가진 회사로 등극하였다. 그 후 애플의 주가는 또 20%가량 상승하여 현재는 시가 총액이 3,372억달러로 불어나 엑슨 모빌을 제치고 세계 최고에 도달하였다. IT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실감나게 한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것은 이런 세계 굴지의 기업이 미국 내에 주력제품인 컴퓨터, 아이패드, 아이폰 등을 생산하는 공장은 하나도 없고 모두 해외에서 부품을 구매하고 완성된 제품을 들여다 팔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을 고안하고 판매는 하지만 모든 생산 시설이 해외에 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이면 수십만명의 직원이 있을 법한데 실상은 4만6,000명에 그치고 있다.
이익의 극대화라는 자본주의 경제원리만 놓고 본다면 대단히 현명한 회사라 할 수 있겠으나 기업이 직업창출을 통하여 사회와 국가에 공헌해야 한다는 기업윤리와 역할면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는 이회사의 주식이 현재 36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이윤폭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실례로 시중에서 500-600달러에 팔리는 아이패드의 제조원가는 100달러도 되지 않는다.
이 회사의 주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무척 기쁜 일이겠지만 한편으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더욱이 금년 미국 대학졸업자의 85%가 전공과 관련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 이런 현상이 애플과 같은 기업운영 실태와 관련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두 번째로 또 다른 예를 든다면 탄산음료를 생산하는 예컨대 코카콜라같은 회사이다. 중독성이 강한 성분에 과다한 설탕을 넣어 만든 이 음료를 미국인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오랜 기간 마셔왔다. 이런 음료들이 주는 해로움이 최근에 활발히 발표되고 있어 다행스런 일이나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중독되어 있어 얼마나 계몽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드링크가 없었더라면, 즉 이런 것을 만드는 회사가 생기지 않았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만, 당뇨병, 고혈압 같은 성인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불필요한 음료비 지출이 없으니 가계경제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영화산업의 메카인 할리우드 문제이다. 미국영화를 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중 진정 가치 있고 대중에게 유익을 끼치는 영화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퇴폐적이고 세속적인 내용에다가 타락과 잔혹한 장면으로 가득 찬 흥행물 아닌가. 관객 특히 청소년들에게 아주 해로운 내용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만 돈 버는데 급급한 영화사들은 주저 없이 이런 영화를 만들어 왔다.
살인하는 장면을 영웅적으로 묘사하는 할리우드의 행태가 많은 사람들의 도덕불감증을 조장했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영화가 비록 가상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 지지만 그런 오락물을 자주 접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영향을 받게 된다. 한번 길들여진 건전치 못한 입맛은 더욱 농도 짙은 자극을 요구한다.
결론적으로 모든 기업은 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용납하고 이용하는 일반대중 덕분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마땅히 소비자에게 유익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의 죄성이 뿌리박혀있는 자본주의 경제의 속성을 들여다 볼 때 심히 우려되는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기업의 도덕성이 인류복지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정훈
건축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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