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어제의 시제로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다. 목표를 내걸고 출발한 어제의 지점에서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의 오늘의 좌표를 정확히 설명해 준다. 혁명이 퇴색하는 것도 어제의 구호와 오늘의 현실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1969년 이드리스 국왕이 터키에 치료 받으러 간 사이 벵가지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리비아공화국을 세웠다. 그의 혁명동지는 대부분 벵가지 출신이었다. 그런데 42년이 지난 지금 카다피 타도를 부르짖는 혁명의 횃불을 들어올린 곳이 바로 벵가지다.
카다피 혁명의 발생지인 벵가지가 왜 반군의 거점으로 변했는가. 카다피가 정권을 잡은 후 혁명동지인 벵가지 출신 장교들에 대해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단행해 ‘벵가지 괄세. 동부인 차별대우’ 풍토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혁명동지들이 경쟁자로 떠오른 까닭이다.
독재자의 모순은 말끝마다 ‘민주적’을 외치면서 자신의 생활은 비민주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간디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다피는 왕실정치의 부패 소탕을 외치며 혁명을 일으켰으나 자신은 40여명의 미녀들로 구성된 경호대를 거느리고 다녔으며 반서방 혁명을 지원한답시고 돈을 물 쓰듯 했다. 또 큰아들은 올림픽위원장에 둘째는 후계자로 당책임자로, 셋째는 축구협회장, 4남은 국가안보보좌관, 망나니인 5남은 경제협회장, 그리고 막내인 7남은 리비아 최정예부대인 카미스여단장으로 앉혀놓아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친족정치를 해왔다.
카다피는 인정사정없이 정적을 죽이는 공포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리비아에서는 수상, 장관, 참모총장들이 모두 허수아비다. 아무도 쓴 소리를 못해 카다피는 날이 지날수록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변해 갔다. 지금 반정부군(NTC)을 이끌고 있는 잘릴위원장은 법무장관, 반정부군을 지위하고 있는 알하리리는 국방장관, 반군의 살림과 석유문제를 맡고 있는 타르후니는 재무장관 출신으로 모두 ‘벌거벗은 임금님’에 질려 반군에 가담한 인물들이다. 이들 세명은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를 이끌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
독재자는 대부분 생명을 걸고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이지만 정권을 장악한 후에는 비겁자로 변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라크의 후세인도 자살할 용기를 잃고 9개월간이나 지하동굴에서 숨어 지내다 치욕적인 최후를 마쳤으며 무솔리니와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도 그랬다.카다피도 자살을 못하고 카다파 부족 마을에서 숨어 지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리비아의 내전은 앞으로도 계속되기 때문에 반정부군은 카다피를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며 찾아내면 즉시 그를 사살할 것이다.
리비아는 140여개의 부족으로 이루어진 국가이며 이중 와르팔라, 주와야, 카다파 등 3대 부족이 제일 큰 인구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카다파 족의 리더가 바로 카다피다. 카다피가 생존하면 리비아는 카다파 족을 중심으로 한 내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리비아 리더들이나 국민 자체가 유목인으로 민주주의 훈련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반군내부에서 반군 최고사령관인 유니스 장군이 내분으로 피살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보여주는 교훈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액튼 경의 말이 진리임이 재확인된 것이다. 그리고 ‘벌거벗은 임금님’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마친다는 사실이다. 혁명가 출신의 독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발효되는 것이 아니라 부패된다는 사실을 카다피가 보여 주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