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넘는 새가 날개만을 남기고 모두를 버리듯이, 한 세계를 건너려는 자는 무거운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 시가 있다.
‘히말라야를 넘는 새는/ 먼저 무거운 생각을 접는다/ 뼈를 접고 다리를 접어/ 머리와 몸통이 하나의 날개가 된다’(서안나의 시 ‘새, 날다’ 중에서).
그 새가 건너려는 세계는 무거운 생각이라는 그물에 걸린 자기 한정의 닫힌 세계다.
반대로 히말라야, 그 너머의 세계는 열린 마음의 세계다. 열린 세계는 세속의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해방의 공간이다. 그래서 무한 평온의 세계이다.
닫힌 세계와 열린 세계의 철벽경계인 히말라야를 극복하려는 자는 먼저, 무거운 생각을 접어야 한다고 했다.
새가 접으려는 그 ‘무거운’ 생각이란, 아마도 이 풍진 사바에서 사람들이 마음살림을 경영하면서 만드는, 탐욕과 이기심, 증오와 분노, 차별과 배척, 갈등과 긴장, 근심, 그리고 쾌락에 대한 탐닉, 복락과 선행에 대한 강력한 집착까지 포함한, 온갖 부정한 에너지며 평정이 깨어진 생각이라 하겠다.
그러나 어떤 성향의 생각이든 생각을 접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선가에서도 한 생각 쉬라거나, 놓으라거나, 아예 생각 이전을 보라고 하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을 제외하고 인간은 설명되지 않는다. 생각은 살아야 하는 인간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생각은 생각하는 자를 만든다고 한다. 우리는 때로 시공을 넘나들며 이미, 지나간 과거사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사에 묶여, 하염없이 생각하며 그 생각에 끌려 다니면서 공연히 아파하거나, 부질없이 흐뭇해 하거나, 쓸데없이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무엇보다도, 현재의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찰나 찰나에 몸의 감각기관과 기억, 상상, 추리 등을 통해 느끼며 생각하게 된다. 소위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그 첫 번째 일어난 생각 중에, 좋은 느낌에 애착하게 되고 불쾌한 느낌에는 괴로워하거나 강하게 저항하는 집착이라는 오랏줄에 결박되어, 생각 생각에 생각의 늪 속으로 점점 함몰되어 간다. 집착이 잉태한즉 무거운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이 장성한즉 괴로움이 되는 것이다.
달마 대사는 “마음 살피는 한 가지 일이 삶 전체를 이끈다”고 했다. 또한 선가에서는 “한 생각 일어나면 즉각 알아 차려라. 알아차리면 놓게 된다”고도 한다.
그래서 불교수행은 한 생각이 일어나면 바로 자신을 객관화시켜 그 생각을 살피되 그냥, 느끼기만 하라고 한다. 나아가 집착을 여의고 마음의 평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생각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한 생각이 두 생각이 되어 생각의 노예가 되기 전에, ‘두 번째 화살’을 맞기 전에, 그 생각의 정체가 곧 지나가 버릴 무상한 것으로써 고정된 실체가 없는 것임을 알아차리게 하는 꽤나 불편(?)한 연습이다.
그러나 연습이 거듭될수록 점차 높아지는 삶의 질적 변화를 스스로 경험하게 되고, 또한 그 연습이 사무치고 사무치면, 그리하여 종국에 그 무거운 생각들이 비롯된 ‘아집’이란 은산철벽, 그 히말라야가 무너지면, 이윽고 ‘마음이 가난’해진 새는 ‘피 묻은 날개로 백리/ 갇히지 않은 상상력으로/ 천리를 날아가는 것이다’.
박 재 욱 (나란타 불교아카데미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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