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파이어볼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가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에 이어 MVP도 거머쥐며 선발투수로는 25년만에 처음으로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차지하는 영예를 누렸다.

지난 주 만장일치로 AL 사이영상을 수상한 벌랜더(28)는 21일 발표된 미 야구기자협회(BWAA) AL MVP 투표 결과 28장의 투표인단 중 13명으로부터 1위표를 받는 등 총 280점을 얻어 1위표 4장과 242점을 얻은 보스턴 레드삭스 센터필더 제이콥 엘스베리를 따돌리고 MVP로 등극했다.

선발투수가 사이영상과 리그 MVP를 독식한 것은 1986년 레드삭스 에이스 로저 클레멘스(당시 레드삭스)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고 투수로는 지난 1992년 사이영상과 MVP를 휩쓴 오클랜드 A’s 클로저 데니스 엑커슬리 이후 19년만이다.

올해 34게임에 나서 24승5패, 방어율 2.40, 탈삼진 250개를 기록하며 지난 2006년 요한 산타나(미네소타 트윈스) 이후 처음으로 AL 피칭 트리플 크라운(3관왕)을 달성한 벌랜더는 지난 5월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커리어 두 번째 노히터를 기록하는 등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벌랜더가 거둔 25승은 지난 1990년 밥 웰치(오클랜드)가 27승(6패)을 기록한 이후 21년만에 최다승 기록이다.

벌랜더는 “(사이영상과 MVP를 휩쓸 것이라곤) 상상도 해 본적이 없다”면서 “내 꿈은 사이영상을 받는 것이었고 그 것은 이미 이뤄졌기에 (MVP까지 받는 것은) 꿈꾸지도 않았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나의 다음 꿈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 AL 신인왕을 차지한 바 있는 벌랜더는 이로써 아메리칸리그 선수로는 최초로 신인왕과 사이영상, MVP 등 메이저 상 3개를 모두 받은 선수가 되는 기록을 세웠다.

벌랜더 이전에 이 3개의 상을 모두 받은 선수는 브룩클린 다저스의 전설적 투수 단 뉴컴뿐이었다.

이날 MVP 투표 결과 28명의 투표인단 가운데 오하이오 신문인 헤럴드-뉴스지의 짐 잉그래햄 기자는 벌랜더에게 아예 표를 주지 않았다. 그는 “오래 고민했다. 만약 내가 선발투수에게 MVP표를 준다면 그것은 올해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그는 팀의 시즌 162게임 가운데 79%(128게임)에 나오지 않았다. NFL 쿼터백이 16게임 시즌에서 3경기에만 출전했다면 그를 MVP로 뽑을 수 있겠느냐. MVP는 매 경기에 뛰는 선수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에 사이영상과 MVP를 모두 받은 선수는 뉴컴(1956), 샌디 쿠팩스(LA 다저스, 1963), 밥 깁슨(세인트루이스)과 대니 맥클레인(디트로이트, 이상 1968), 비다 블루(오클랜드, 1971), 롤리 핑거스(밀워키, 1981), 윌리 허난데스(디트로이트, 1984), 클레멘스, 엑커슬리 등이 있다.

한편 벌랜더는 계약에 따라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이에 따른 보너스 50만달러를 받았으나 MVP 수상보너스 조항을 계약조항에 없어 추가 보너스는 받지 못했다. 내셔널리그 MVP는 22일 발표되며 LA 다저스의 센터필더 맷 켐프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레프트필더 라이언 브론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