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안철수 신드롬이 불고 있다. 인터넷이나 신문에 안철수 기사는 단골 메뉴이다. 갑자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부상되면서 그에게 거는 기대 또한 대단하다.
최근에 1,500억을 기부하면서 ‘역시 안철수’란 의견과 정치를 하기 위한 쇼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민은 언제나 새로운 사람에게 새로운 기대를 건다. 내가 이루어 내지 못한, 나의 일을 처리해 줄 영웅을 기다리는 것이다.
새로운 인물이 나오는 것을 적극 환영하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권 후보일 경우에는 한국의 미래와 국가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검증된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 또한 필요하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는 보통 연방 상원의원이나 주지사 혹은 부통령 출신 등 정치적 연륜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년도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었던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도 돈으로 민심을 얻지 못하고 결국 웃음거리로 끝나고 말았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를 경험하고 법과 정치 문화를 이해하는 후보자에게 국민들의 표심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 국민은 오늘의 정치판을 뒤엎고 새로이 판을 짜줄 내일의 인물을 원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신중히 고려할 것은 정치판을 바꿔 줄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된 뒤 대통령직을 잘 유지할 수 있는 국민적 리더십 능력이 충분한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심이 표심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표심을 잡은 정치인에 의해 민심이 좌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고로 민심은 국민과 국가 이익을 대변하여야 한다. 그런데 표심을 자극하는 고단수의 정치공학에 의해 특정 개인이나 특정 정당의 이익 추구에 말려들면 국민이 설 땅이 없어지게 된다.
좌파와 우파의 이념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는 한미 FTA나 대학 공납금 철폐 또는 각종 표심을 향한 포퓰리즘 이슈 등이 어떤 정당의 이익이나 개인의 정치적 이익 추구의 도구로만 몰락한다면 국가의 이익 추구라는 공동의 목표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 것이다.
겉으로 보면, 좌파나 우파의 극한 이념 대립은 아주 심각해 보이나, 실상은 좌파와 우파를 빙자한 개인 이익 추구에 불과 한 것이라도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약 15년 전의 일이다. 워싱턴 주미 대사관의 한 직원이 갑자기 찾아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북한이 추첨 이민 국가 중 하나로 들어갔는데 이것이 무엇을 뜻합니까? 혹시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나는 차근차근히 설명을 해 주었다. “추첨 이민은 미국에 이민 온 사람이 적은 나라를 선정하여 추첨으로 이민의 기회를 주는 제도이며 비록 북한이 추첨 이민 국가로 선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에서 출생한 사람들이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북한 출신의 남한 사람들이 혜택을 볼 것 입니다”라고 자문을 해 주었다.
그렇게 안심하고 나간 그 분을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보았다. 북한 방문 중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를 할 때 허리 숙여했다고 하여 구설수에 오른 것이었다. 결국 이들 정치인은 좌파나 우파는 따로 없고 단지 이익이 이념을 앞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학을 공부할 때 정치인과 정치가가 있다고 배웠다. 정치인(Politician)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고, 정치가(Statesman)는 사심 없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연구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현재 한국에 절실히 필요한 사람은 이념 전쟁을 하는 사람도, 표심을 잡으려고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사람도 아닌, 단지 국가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가이다.
새로운 ‘정치인 신드롬’이 아닌 새로운 ‘정치가 신드롬’을 볼 수만 있다면, 한국의 장래는 밝을 것이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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