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무언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을 생각 하던 중 문득 북한 관광을 떠 올렸다.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을 통해 북한이 한국 국적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 외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관광을 개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카고의 월터 키츠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북한 관광 전문 여행사 ‘아시아 퍼시픽 트래블’에 의뢰해 처와 함께 둘이서 지난 10월 열흘 간 평양, 원산, 금강산, 개성, 판문점, 묘향산 등을 여행하였다.
평양의 순안 공항은 리모델 중이어서 임시로 마련된 청사를 통해 입국 수속을 하였는데 공항은 출장을 다녀오는 북한 사람들과 외국 관광객들로 무척이나 붐비었다. 입국 수속과 세관 통과는 의외로 간단했으며 다만 셀폰은 갖고 들어갈 수가 없어 공항에 맡긴 뒤 출국시 찾아 가지고 나가게 되어 있었다.
공항에는 우리와 함께할 두 명의 안내원과 운전기사가 호기심에 가득 찬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 안내원은 25세였으며 남자 안내원은 35세로 두 사람 다 평양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로서 교양 있고 아주 예의가 바른 사람들임을 만나는 첫 순간 부터 느낄 수가 있었다. 이들 세 사람과 우리 부부 모두 다섯이 열흘 간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다.
북한의 산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특히, 이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까 하는 마음으로 꽉 차 있었다. 특히 나의 처는 북한 사람들은 이념의 경직성으로 인해 전혀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질감은커녕 동질성만 더 느꼈으며 이는 거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치와 경제체제가 다를 뿐 북한의 주민들도 우리와 하등에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졌다.
오히려 한국보다 더 유교의 전통이 남아 있었다. 안내원들이나 운전기사는 말 할 것도 없고 각지를 다니면서 만난 일반 주민들도 윗사람에게 깍듯이 대하는 모습은 참으로 좋아 보였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특히 안내원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많은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가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정치, 경제적인 것들도 있었지만 주로 평범한 삶에 대한 것들 이었다.
여자안내원은 자기의 남자친구 이야기, 결혼, 집안 식구들,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야기하며 나의 처에게 의견을 묻기도 하였고 영화 ‘타이타닉’에 대해 감상을 말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깜짝 놀라 그 영화를 어떻게 보았냐고 묻자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 관광객을 안내하는 지금의 직장인 조선국제여행사에 취직하여 영어를 더 공부할 때 ‘타이타닉’을 교재로 썼다고 해서 한참 동안 이 영화를 놓고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미국에서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서 우리에게 묻기도 하였지만 여러 외국인들을 접한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싶었다.
판문점에서 만난 한 북한 병사는 걱정이 되는지 나에게 “미국에 살면서 조선 사람이라고 탄압(‘차별’이란 뜻에서 쓴 말인 듯)받는 일은 없습니까?”하고 물어 “그런 것은 다 옛날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도 흑인 아니냐”고 얘기하자 금방 수긍하였다.
3~4일이 지나고 부터는 우리가 북한에 있다는 느낌마저 거의 없었다. 그것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한 민족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평양에 있는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릉과 개성에 있는 고려태조 왕건릉에서의 안내원들 설명도 이미 우리가 한국에서 다 배운 똑같은 역사 아닌가.
이번 북한 관광은 우리가 이제까지 한 여행들 중 가장 흥미롭고 익사이팅한 여행 이었다. 우리가 미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술과 안주를 권하며 영어 실력을 뽐내던 모란봉 공원의 소풍객들 특히, 북한 사람들과의 평범한 삶에 대한 인간적인 대화들은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정태일/ SAT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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