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세월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새해인가 했었는데 벌써 연말이란다. 요즘엔 호박을 보면 곧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게 된다. 즉, 할로윈이 지나면 바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는다. 상혼이 그만큼 소비자들의 넋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쇼핑 몰에 가보면 온갖 장식은 다 보여도 크리스마스가 누구 생일인지는 관심 밖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고 싶었던 것을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 가에만 관심이 있다. 새벽부터 장사진을 치고 먼저 사려고 아우성이다.
그러니 아기 예수가 장사치들과 소비자들을 위해 온 것처럼 와전되고 있다. 아기 예수를 위한 선물을 사는 게 아니고 우리를 위한 선물들이라 남의 생일날 우리끼리 즐기는 형상이다.
30여 년 전, 당시 초등학교 일학년이던 질녀가 갓 이민 와서 크리스마스이브 날 교회 내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에서 자신도 상을 탈 것 같아 자정이 넘도록 끝까지 남아있었다. 교회 제직들의 자녀들이 상을 다 타가고 빈손으로 돌아서는 질녀의 어린 마음에 얼마나 허무한 크리스마스 이브였을까?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는 것이 바로 나에게 하는 것이라는 성경 이야기(마태복음 25:40)는 어디든지 항상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있고, 이들을 업신여기지 말고 돌볼 것을 가르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나눔의 계절이다.
나 자신이 제일 미천하게 생각되어도, 주위에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숱하게 있음을 깨닫게 될수록 자신의 처지에 감사하게 되고 베풀고자하는 동기를 부여받게 된다.
아기 예수는 자라면서 목수의 일을 하게 되었으니 만약 악수라도 한다면 그 손이 얼마나 거칠까? 유대 베들레헴으로 가면서 요즘 우리들처럼 김밥이라도 싸갔으면 좋으련만, 추워서 얼마나 울었을까? 정말 지극히 작은 자로 오신 것이었다.
크리스마스라고 교회에서 함께 식사라도 같이 하잔다. 교인들은 아기 예수를 이 땅에 보내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도보다는, 남자들은 골프 이야기로, 여자들은 스킨케어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곳에도 아기 예수는 없었다. 성경은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태복음 19:24)고 가르친다. 그러니 우리는 혹시 배부르고 편안하다는 ‘약대보다 큰 크리스찬’은 아닌지 돌아봐야한다.
아기 예수는 우리들 위에 군림하고자 오신 게 아니고, 헐벗고 굶주리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자신이 그러한 모습으로 오셨다. 교회가 성탄절이라며, 우리끼리 먹고 마시고 우리끼리 즐기는 행사만 갖는다면,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신 목적이 퇴색된다.
차라리, 한끼씩 굶어서 그 양식을 나눠주면 얼마나 좋을까?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의 고관들은 지금 자신의 손익계산을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 나눌 줄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통조림을 수집하는 구호단체들에 의하면 큰 통(barrel)을 개인이 하나 가득 채우는 데는 250달러가 든다. 구호 단체가 공장으로부터 직접 구입하면 80달러면 된다고 한다. 수백만 달러씩 되는 연간 예산을 두고, 구호 사업에 인색한 대형 교회를 위해 아기 예수는 탄생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인 교회에선 해마다 달력을 만들어 교인들에게 배포하는 일이 전통이 되었다. 달력엔 담임 목사의 이름 석자만 크게 눈에 띈다. 그 달력엔 천국 가는 안내도는 없고, 교회당 가는 지도가 보인다. 차라리 달력 만드는 비용을 지극히 작은 자들에게 베푸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 아닐까?
다시 올 크리스마스에는 아기 예수에 초점이 맞춰진 성탄절이 되기 바란다.
풀 손 /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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