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한 대세론이 한국 대선의 전유물은 아닌가보다. 미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도 3년 전 매케인에게 패한 후 꾸준한 준비를 해온 미트 롬니 후보의 대세론이 아무도 예상 못했던 릭 샌토럼 후보의 선전으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왜 공화당 보수 진영에서는 롬니 후보 지지를 꺼리는 걸까? 그가 몰몬 교도라는 것도, 사회적 이슈와 경제 정책에서 보이는 그의 입장도 보수 진영의 전폭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는 원인이 아니다. 그에게는 원죄가 있다.
오바마 정부가 가장 큰 치적으로 꼽는 ‘오바마 캐어’ 즉 건보 개혁안 통과가 보수진영에 주는 두려움을 이해하면 오바마 캐어가 모델로 삼았다는 매사추세츠 주 건강 보험 개혁(실제 당시 건보 개혁을 주도했던 롬니 주지사 보좌관이 오바마 캐어를 자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의 주인공 롬니 후보에게 지지표를 던지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얼마 전 연방의회 예산국에서 향후 10년간 8,000억달러가 아니고 1조7,000억달러 연방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정정 했던 건보 개혁안이 연방 예산에 끼칠 영향, 그 경제적 파급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우선 통과 시켜놓고 봐야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있다던 2,700쪽의 방대한 건보 개혁안에 포함되어있는 단 한 가지, ‘의무 가입’ (Individual Mandate)조항이 헌법에 명시된 개인 선택의 자유를 신성시 하는 보수 진영에게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위헌 소송이 계속되고 있으나 진보, 보수가 4대4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 단 한명의 결정으로 개인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이 살아남을 수 있고, 이 선례를 바탕으로 앞으로 개인 사생활에 어떤 연방 정부 간섭이 더해질지가 두려운 것이다.
다시 공화당 경선으로 돌아오자. 남아있는 네 명의 후보 중 롬니 후보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이미 지적한대로다. 이밖에 이혼, 재혼, 혼외정사의 화려한 사생활에 공인으로서도 도덕적 해이가 엿보이는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국방과 외교 분야에 상식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고립주의 입장을 고수하는 론 폴 의원과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중 나의 선택은 자연히 샌토럼 상원의원에게 갈 수밖에 없다.
그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우연히 C-SPAN 채널을 통해 ‘부분 분만 낙태 금지’(Partial Birth Abortion Ban) 의제에 관한 그의 상원 의정연설을 보게 되면서 부터다. 연설하는 그의 모습에서 본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과 달변은 아니나 절절히 묻어 나오는 진솔함을 느끼면서부터이다.
그에 관한 보도들과 공화 후보 토론회를 기회가 닿을 때마다 눈여겨 본 결과 그의 첫 연설을 봤을 때 느꼈던 진솔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샌토럼의 돋보이는 진정성과 열정은 그가 갖고 있는 선한 인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성공했다는 정치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전자가 아닐까?
보수진영 관점에서 볼 때 그에게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원의원 시절 ‘끼워 넣기’ (earmark)세목이 포함되어있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 색이 불투명한 앨런 스펙터 의원 지지를 공식 표명 했던 것, 부시 대통령의 교육 개혁안 지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후보 토론회 때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 것은 미사여구의 사탕발림, 말 바꾸기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의 공약과 입장에 대한 찬반을 떠나 오바마 현 대통령을 포함한 다섯 명의 대선 후보 중 가장 신뢰가 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의 말은 실제로 그의 속내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자 홈스쿨링으로 일곱 남매를 키우고 있으며 화목한 가정을 이뤄나가는 것이 자신 일생일대의 목표라는 이 멋진 아빠의 건투를 빈다.
웨슬리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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