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편과 같이 차를 타고 좁고 복잡한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서 창문을 조금 내린 채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도 쪽에서 어떤 사람이 “동전 좀 주세요!” 하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화들짝 놀라 쳐다보니, 한 걸인이 동전이 든 작은 컵을 손에 쥐고 헝클어진 회색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우리를 향해 소리를 치고 있었다. 어찌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던 차에 신호등이 바뀌어서 차를 세웠다.
나는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아,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그 걸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했다. 그러자 그는 집게 손가락을 입술 밑에 갖다 대면서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의 행색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그 귀엽고 야무진 모습에 우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그는 “제가 두 분을 웃게 만들었네요!” 하면서 들고 있던 컵을 내밀었다.
나는 기분 좋게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지갑을 찾아서 있는 동전을 모두 털어 주었다. 그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경쾌한 발걸음으로 도로에서 물러났다. 구걸을 하면서 저렇게 재미있게 웃음을 자아낼 줄 알다니...
어제는 한 아가씨가 친구들과 함께 내가 일하는 식당에 들렀다. 함께 앉은 네 명의 친구들은 모두 남학생들이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의 모습이 참 밝았다.
나를 이모라고 부르면서 친근하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그녀에게는 사람을 끄는 힘이 있었다. 서빙을 하면서“애교가 많아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겠어요!”라고 칭찬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모한테만 사랑 받으면 되요”라고 되받는다. 그녀의 재치 있는 응답에, 그 테이블에 있던 우리는 모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잠시 후 짬뽕 국물이 리필 되냐고 묻는 그녀에게 나는 기꺼이 응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그 걸인과 아가씨의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물론 생존을 위한 기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그들의 재주가 부러웠다. 반듯하고 진지한 것에 익숙한 내게 그들의 모습은 신선한 파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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