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하은이를 40년만에 만났다. 하은이와 나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아는 사람을 통해 그녀가 나의 동창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득한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있던 여고시절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녀가 내 동창인 하은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너무나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괜한 만남을 자청한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오랜 시간을 우리는 서로에 대해 연락이 없었던 차라 혹시라도 그녀가 잘난 척하고 자랑이나 일삼는 거만한 사람으로 변했다면 안 만나느니만 못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만남으로 인해서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염려도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소식을 듣자마자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다. 더군다나 한국도 아니고 먼 이국인 이곳에서 그녀를 만나게 된다니 내겐 행운이었다.
이렇게 가슴까지 뛰면서 설레는 감정을 언제 가져 보았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녀를 만나기 전날 밤에는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고교시절 하은이와 나는 독일어반을 선택해 자주 만났다. 공부시간에 우리는 당시 유행했던 오목 따먹기에만 정신이 팔려 공부는 뒷전이었던 추억도 새삼 떠올랐다.
미국에 와서 정착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한국의 지인이나 친구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누가 우연히라도 아는 사람을 만났다고 하면 무척이나 부러워했었다. 그
러나 한편으로는 40년만의 만남인데 혹시 서로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다음날 우리가 만났을 때 우연히 지나쳤으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서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서로를 바라보니 옛날의 소녀적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점심과 차를 마시는 동안에 40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비록 짧은 만남이지만 서로 마음이 진하게 통하는 것을 느꼈다. 만나자마자 우리는 학창시절의 그리운 시간으로 돌아갔으며 서로 얘, 쟤 하면서 둑이 터지듯 말문이 터져 버렸다. 진정한 친구에 목말라했던 내게 하은이는 무지개처럼 아름답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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