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엔 뭉게구름이 두둥실 춤추고, 산과 들녘 푸른 잎새들은 어느 새 가을빛으로 곱게 물들어간다. 무덥던 긴 여름밤을 밀어내고 상큼하게 다가온 가을 날이 좋아 미루기만 했던 음악 속으로 빠져본다. 신이 내린 목소리,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의 노래를 듣노라면 그에 대한 세인들의 찬사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님을 가슴 절절히 느낄수 있고, 신이 선사한 것이 아니고서야 이처럼 사람의 영혼을 울리는 음색이 나올 수 있을까.
‘그리운 금강산’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월츠’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어메이징 그레이스’, 헨델의 ‘내주는 살아계시네’ 이런 주옥같은 멋진 곡들은 언제나 내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안겨준다. 굳이 클래식 음악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금세기 최고의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것은 그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다”라고 말한 명 지휘자 주빈 메타의 말이나, ”조수미의 목소리는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이는 조수미 자신에게는 물론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다”라고 격찬한 카라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그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하늘이 주신 것’ 이라는 자각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그러니 내 목소리는 내 것이 아니라 신의 것이다. 나는 신이 주신 목소리가 잠시 머물다 가는 작은 간이역 같은 게 아닐까” 라고 고백한 바 있다.
작은 실수 하나에 마음을 졸이고, 웅장한 무대의 화려한 공연 뒤의 낯선 호텔방에서 외로움에 숨죽여 우는 조수미, 어쩌면 난 그의 순수함에 또한번 놀란다. 조수미는 다시 태어나도 음악을 하겠다고 하는 그를 가까이에서 접한 음악계 관계자들은 흔히 조수미를 일컬어 ‘정이 많고 소탈한 전형적인 한국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이것 역시 성취 이미지 유형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이들은 지속적인 성취를 위하여 낙천적이며 사람들에게 우호적이고 힘을 나누어 주는 역할을 한다.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울 노래 앞에서 그토록 많은 연주회를 갖고도 연애하듯 늘 새롭고, 늘 떨린다는 그는 연주회에서 진짜 연주는 앙코르 곡을 부를 때부터 라고 한다. “관객의 반응이란 게 장소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다 달라요. 내가 하고 싶은 노래가 아니라 팬들이 듣고 싶어하는 곡을 불러야 한다는 거지요” 라고 말한다.
앙코르 곡을 그저 관객을 위한 선심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때부터가 진짜 연주라고 생각하는 마음, 사랑하는 관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애정을 쏟아 부으려는 전문가로서의 따뜻함,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일관성 있게 이루어내는 성취, 그것이 바로 성취의 리더 조수미가 아닌가.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갖는 것은 우리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의 당당함과 도도함은 무모한 자만이나 욕심이 아닌 준비된 성취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것이어서 감동을 준다. 누구에게나 크든 작든 재능이 있다. 그러나 그 재능을 얼마나 기량껏 발휘하느냐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부족하지 않게 뿐만 아니라 넘치지 않게 자신을 엄격히 다스리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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