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무더운 여름인가 싶더니 요사이는 제법 가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10월을 코 앞에 둔 요즘,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노르스름하고 붉게 변하는 나뭇잎에서 가을이 성큼 다가 왔음을 느낀다. 한 여름 시원하게 해주던 나뭇잎들은 어느새 노란 낙엽이 되어 한 잎 두 잎 떨어지고 있다.
‘지금도 그 사연이 남아있을까? 빛 모래 바람결에 휘날리면서 그리움에 아롱지던 검은 눈망울 지금도 그 강변에 남아 있을까. 눈보라 비바람이 스쳐간 후에 남몰래 미소 짓던 갈대의 마음. 강변에 스쳐 가도 갈대의 노래~~~~~’ 70년대에 T V 방송국의 한 드라마 주제가가 생각난다. 어릴 때 TV 에서 나오는 갈대의 노래라는 드라마 속에서도 가을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 특히 여자의 마음은 가을이 되면 이리저리 흔들린다고… 흔들리는 마음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된다.
가을을 연상하게 하는 갈대, 코끝이 간지럽게 살살 흔들리며 피어 있는 갈대는 솜털과 함께 부드러움을 자아나게 한다. 그러나 흔들리는 갈대지만 아무리 흔들려도 여전히 그 자리에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사람들의 마음에 가을을 전해준다.
여름 내내 뜨거웠던 대지도 서서히 식어 가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어가는 가을에는 마음을 살찌게 하는 책과 함께 하는 것이 제격이다.
가을이라고 멀리 꼭 어딘가를 여행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워싱턴 지역의 자연환경이 좋은 것 같다.
가을 국화 한 송이에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부자가 된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주변 자연환경을 보며 평화롭고 잔잔한 느낌을 갖는다면 바로 그게 행복이 아닐까.
법정 스님의 책에 ‘맑고 향기롭게’의 한 일화가 생각난다. 한 학생이 ‘수류화개실(水流花開室)이 어디 입니까?” 라고 묻자, “네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다!” 라고 대답했던 것처럼 물 흐르고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곳은 바로 내가 서 있는 지금 이 자리가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민생활이 바쁘다 보니 마음의 여유도, 시간의 여유도 없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사는 삶이라고 자조 어린 한탄을 한다. 그러나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맑고 깨끗한 높은 가을하늘과 가까이 있는 나무를 바라 보자.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있어도 불평하지 않는다. 사시사철 사람들의 마음에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비바람이 불어도 한결같이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변함없는 나무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갈대처럼 그 어떤 바람에도 요동치지 않는 마음으로 가을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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