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 편이길 희망하지만 켄터키만은 가져야겠다.”(I hope to have God on my side, but I must have Kentucky.)
남북전쟁이 터진 후 링컨이 한 말이다. 그가 이런 얘기를 한 것은 그가 태어난 곳이 켄터키의 통나무집이어서가 아니다. 켄터키는 남과 북의 접경지대로 주요 수송로였던 강과 철도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이곳을 장악하는 쪽이 전세를 장악하고 결국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의 예측대로 훗날 북군 총사령관이 된 그랜트의 활약에 힘입어 북군은 켄터키를 접수했으며 결국 전쟁에서 이긴다.
요즘 롬니에게 대선에 대해 말해 보라면 뭐라고 할까. 아마 “신이 내편이길 희망하지만 오하이오만은 가져야겠다”가 아닐까.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주로 전락했지만 미국이 한창 뻗어나갈 무렵 공업의 중심지였던 오하이오는 중요한 주였다.
미 역사상 가장 많은 대통령을 배출, ‘대통령 엄마’(Mother of Presidents)란 별명을 갖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44명의 대통령 중 8명이 이곳 출신이다. 윌리엄 해리슨, 율리시즈 그랜트, 러더포드 헤이스, 제임스 가필드, 벤저민 해리슨, 윌리엄 맥킨리, 윌리엄 태프트, 워런 하딩이 그들이다.
우리가 오하이오 출신 대통령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히도 이곳 출신이 별 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윌리엄 해리슨은 취임식 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너무 연설을 오래 하다 독감에 걸려 재임 중 죽은 첫 번째 대통령이며 러더포드 헤이스는 총 투표수에서 지고 선거인단수에서 이겨 대통령이 된 첫 번째 인물이다. 벤저민 해리슨은 미 역사상 유일하게 할아버지 윌리엄에 이어 조부와 손자가 대통령이 된 것으로 이름을 남겼다. 제임스 가필드는 링컨에 이어 두 번째로 재임 중 암살됐고 윌리엄 맥킨리는 세 번째로 총에 맞아 죽었다. 이곳 풍수가 그다지 길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풍수를 따질 겨를이 없다. 이번에 롬니가 대통령이 되려면 반드시 오하이오에서 이겨야 한다. 역대 공화당 대통령 가운데 이곳을 지고 대선에서 이긴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70년간 민주당도 여기서 지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케네디뿐이다. 이처럼 이곳이 정확하게 대선 풍향계를 하는 이유는 이곳의 인구 구성이 미국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는 이곳에서 지고도 대선에서 이기는 것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10여개에 달하던 경합주(swing state)는 이제 7개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중 플로리다와 버지니아는 롬니가 약간 우세하고 콜로라도, 뉴햄프셔, 아이오와, 위스콘신, 오하이오는 오바마가 약간 우세한 것으로 돼 있다.
당선권인 선거인단 대의원 270명을 채우기 위해 오바마는 대형 경합주 플로리다(29명), 버지니아(13명), 오하이오(18명) 중 하나만 차지해도 된다. 반면 롬니는 이 세군데서 모두 이겨야 한다. 오하이오에서 질 경우 오바마 우세 지역인 콜로라도, 뉴햄프셔, 아이오와에서 모두 이겨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전국적인 지지율이 비슷해졌음에도 오하이오에서만은 근소한 표차지만 오바마가 져본 적이 없다는 데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오바마는 이 지역 최대 고용주인 GM 구제 금융을 지지해 이를 실천에 옮겼고 롬니는 이에 반대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하마터면 폐허가 될 뻔 했던 GM 공장 지역 주민들이 오바마를 버리고 롬니를 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 대선까지는 아직 2주가 남았다. 정치에서 2주는 긴 시간이다. 그리고 모든 선거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의 당선확률을 점치는 시장에서 오바마 당선 가능성을 아직도 65%로 잡고 있는 것은 이런 현실의 반영이다. 지금 초조한 사람은 오바마가 아니라 롬니일 것 같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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