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우연히 시작된다. 그러나 인연은 그저 만났다거나 시간이 흐른다고 생기지는 않는다.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철저한 타인으로 살아오다가 어느 날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 가고 돕고 격려하는 사이가 되어 간다는 것.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재산이고 보물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 귀도 생각이 난다. 나치에 의해 수용소로 끌려가 무기재를 힘겹게 나르던 그는 예전 호텔 웨이터 시절에 손님으로 만났던 군의관과 재회한다. 재치 있고 친절하던 귀도를 기억하는 군의관과의 인연으로 그는 수용소의 간부 식당에서 웨이터로 근무하게 되고, 덕분에 사랑하는 아들에게 간식거리라도 챙겨주게 된다. 너무나 뜻밖의 장소에서 예전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때 마다 나는 다시금 인연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는 여러 가지로 관계가 시작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혈연 관계부터, 옆 자리든 다른 회사든 경쟁 사이인 우열 관계, 상사나 부부처럼 서로의 역할이 있는 의무 관계, 그런가 하면 아무 자극도 영향도 받지 않으며 바람도 원망도 없이 무심하게 소 닭 보는 듯한 무관심 관계가 있다. 그리고 최악의 관계는 소리 지르고 싸우며 만나게 되거나, 그 사람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원수 같은 소멸 관계이다.
관계의 시작은 이렇게 다양하고 그 깊이나 길이도 매우 다양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것은 나로 인하여 서로를 얼마만큼 성장 관계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힘이 되어 성장을 도와주는 관계 말이다. 여행 전문가 한비야는 배낭을 가볍게 싸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넣을까 말까 망설이는 것은 무조건 빼고, 뭐든 한 개씩만 넣는데 그러면 그 하나를 아주 귀하게 여기게 된다고 한다.
배낭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관계 정리”가 필요하다. 인연 중에는 분명 악연도 있다. 가급적 악연이 없게 선택하고 노력해야 하지만, 자꾸 내 기운을 빼고 성장관계가 어려운 대상이라면 신중하되 미련하게 미련 갖지 말고 이제는 빼고 가야 한다. 메기에 벅찬 배낭을 짊어지고 가면 여행이 아닌 고행이 될 수 있듯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난 요즈음 “무소유와 인연” 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 버려야 할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정을 줘야 할 것은 아낌없이 정을 주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최인호의 인연’이란 책에선 우리 모두는 밤 하늘에 떠 있는 별이라고 하고, 내가 지구 반대편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또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울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또한 정원에 피어있는 한송이 꽃이 나를 바라볼 때 나는 이미 그 꽃과 인연을 맺고 여행길에서 만난 소소한 사물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나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는 것을 일깨우는 이야기로 꽉 채워 있다. 스쳐 지나가는 숱한 인연, 얕은 인연이 있고 깊은 인연이 있어서 그 인연들로 인하여 알게 모르게 마음이 성숙하고 그 고운 만남을 통하여 눈이 밝아지고 마음이 깊어지며 아름답게 이어짐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인연이 아닌 줄 알았던 얇은 인연이 깊은 인연이 되어 행복을 알게 하고 사랑을 알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그런 아름답고 고운 인연 만나면서 살아가는 것이리라. 오늘도 나에게 주어지는 고운 인연 앞에 순수한 꽃잎처럼 마음열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출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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