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렷! 교장 선생님께 경례! “협동”
남학생 1,500여명이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을 처음 본 8여 년 전, 단결되고 씩씩한 모습에 “우와~” 하면서 “남고가 이런 거구나, 참 멋지다”라는 말과 함께 전율이 느껴졌다. 그것은 여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씩씩함과 담백함이었다.
그렇게 남자 고등학교에서 3년을 근무하면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나마 남자에 대해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들에겐 툭툭 치는 것이 애정표현이고, 더워서 짜증이 나더라도 그 무더운 여름날 쨍쨍 햇빛 아래에서도 열심히 축구를 해야 하고, 아무 대가도 없는 승부에 집착을 한다. 여기저기 자기 물건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정리정돈은 여자들보다 더 잘할 때도 있다.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도 허다하다.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집에 가겠다고 떼를 써서 못 가게 했더니 “죄송합니다”에 하트까지 날려 쪽지를 남겨두고 교실을 떠나기도 하고, 도망가는 급우의 가방을 빼앗아 들고 교무실로 돌진해 “샘, OO 도망가려고 해요.”라며 나에게 그 가방을 건네주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학생들의 장난에 나는 감정이 욱해져서 잔소리를 하며 다그치기도 하지만,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귀여워서 피식 웃기도 한다.
같은 충고와 설명을 여러 번 하는 것보다는 분명하고 따끔하게 한번 하는 것이 더 전달력이 있고, 앞에 앉혀놓고 이거 잘못했지, 저거 잘못했지 논리적으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강하게 한 마디 하고 스스로 느끼는 시간을 가지게 하는 것이 더 빠르다. 철이 없어 보이지만 그들에게도 가끔은 위로도 필요하다. 그리고 수렁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을 때도 많다.
미숙하게 시작되었던 나의 교직 생활이 그들을 조금씩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우면서 조금은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이끌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아웅다웅 하며 지냈던 제자들이 아직까지도 SNS를 통해 꾸준히 연락을 한다. 학창시절 동안 힘들었지만 즐겁고 유쾌했던 에피소드들이 그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과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몇 배는 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고 전해주고 싶다. 결정적인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그들의 시간에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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