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삼학년부터 탁구선수로 뽑혀 약 14년을 거의 매일같이 훈련을 받았다. 그때는 일요일도 없었고 오히려 방학 때면 눈, 비 오는 날도 기후에 불문하고 강훈련을 해야 했다. 그 시절에는 학교 건물에 냉온방 시설이 없었다. 석탄난로를 피우던 시절이었다. 여름철이면 하루종일 연습하느라 머리부터 온몸에서 땀방울이 비오듯 뚝뚝 떨어지고, 유니폼은 흠뻑 젖어버린다. 어떨 땐 유니폼을 벗어서 짤 정도로 땀을 흘렸다. 겨울이면 선생님들이 앉아계시는 난로 부근 외에는 체육관이 냉동실처럼 추워서 손가락이 꽁꽁 얼어 해마다 동상에 걸려 고생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화장실에 간 친구가 오랫동안 돌아오질 않아 걱정이 되어 친구를 찾으러 갔다. 아니 웬걸… 그 친구는 오가지도 못한 채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다. 친구는 소변이 급해서 화장실에 왔는데 손가락이 꽁꽁 얼어 옷의 단추를 열 수 없어서 옷에다 오줌을 싸버렸다고 말했다. 아이고… 한번은 해외에서 시합하는 날 이른 아침 코치 선생님한테 단체로 훈계를 받았다.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한 그 친구의 얼굴 모습에 선생님이 놀라 친구를 훈계대상에서 제외시켜 주었다. 나중에 친구의 고백이 가관이 아니었다. 방귀가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다보니 얼굴이 창백해져서 대신 화장실에 들어가서 볼일도 보고 야단 맞는 것도 면하게 되었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실력이 있었을 뿐 아니라 유난히 유머감각이 좋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겉모습은 Tom Boy 같았지만, 리더쉽도 있었고 어린나이였음에도 타인을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포용력이 있었다. 십대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명랑했고 밝게 미소지으며 살았다. 때로는 위기상황도 재치있고 요령있게 잘 넘기는 지혜가 있었고, 늘 재미있는 농담을 잘해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었다. 약간 음치였지만, 나까지 4인조 보컬그룹의 리더로 활약을 했고, 우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 짱이었다. 친구가 어렸을때 보여줬던 지혜로움을 생각하니 문득 친구가 보고싶어진다. 약 20년이 넘도록 소식이 끊긴 그 친구를 다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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