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해서 다리에 뿌려달라는 한 통의 유서로 시작되는 영화는 유물을 정리하던 딸이 한 사람의 아내이기 이전에 여자였던 엄마를 만나게 되고, 진실한 사랑 앞에 자신의 결혼 생활을 되짚어 보게 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 아직 멀었어? ” 한 시간째 같은 모습으로 한 창 밖을 바라보며 이정표도, 내비게이션도 소용이 없는 길 위에서 차를 멈춰 길을 묻고, 오던 길을 되 돌아가 비 포장 도로를 달리던 우리가 멈춰 선 곳은 바로 아이오와 주에 있는 메디슨 카운티 다리 앞이었다. 한국에서 방문하신 시누이와 함께 시카고로 향하던 길이었다.
잠깐 들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찬반이 엇갈렸지만, ”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라고 하신 이 한마디에 내 편을 만난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우린 몇 시간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나서야 겨우 영화에 나왔던 그 다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한편의 소설, 그리고 한때 화제가 되었던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에게 많은 감동으로 남았던 곳. 다리 안의 나무 벽은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으로 가득했고 불멸의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의 염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오래 전부터 와보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오게 된 곳이라 그런지 느낌이 남달랐다. 핑계지만 편의시설도 볼 거리도 없으니 가봐야 실망스럽다고 말하는 친구들 때문이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 위치한 낡고 보잘것없는 다리만을 봤다면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유명한 관광지나 화려한 위락시설로 가득한 곳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는 어쩌면 “이거 보려고 여기까지 왔어? “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물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그리고 영화의 잔잔한 장면들이 큰 몫을 하긴 했지만 내 경우엔 꾸밈없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 좋았다. 가족에 대한 믿음과 사랑 때문에 운명처럼 찾아온 중년의 로맨스를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던 촌부의 짧지만 생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 해질 무렵 다리 앞에 선 나는 그녀의 가슴속에 살아있던 사랑의 한 끝자락을 붙들고 오래도록 서성이다 또다른 감동을 안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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