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경제 심각한 타격 예상…EU도 제재 역풍 불가피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제재 카드를 꺼내 드는 등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EU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시행하기로 29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후 EU가 러시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제재를 결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U 28개 회원국 대표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금융, 방위, 에너지 등 러시아 경제 주요 부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대(對) 러시아 경제 제재안에 합의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EU는 러시아 정부가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은행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지 못하도록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에 대해 무기금수 조치를 취하고 심해 시추, 셰일 가스와 북극 에너지 탐사 기술 등 민간 산업과 군사 부문에 동시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의 러시아 수출도 금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성명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우크라이나 내 긴장을 완화하고 협력의 길로 나아갈지는 전적으로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태도에 따라) EU의 이번 조치는 재검토될 수 있지만 반대로 추가 조치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크림 합병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이 고조되면서 EU는 그동안 러시아와 크림의 개인과 기업 등에 대해 자산 동결과 비자 발급 중단 조치 등을 취했으나 직접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로이터와 독일 dpa통신은 EU가 30일이나 31일 제재 방안을 공식 발표하면 EU 회원국 정상 회의 없이 즉각 발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EU와 보조를 맞춰 미국도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준비 중이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파블로 클림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들에게 "미국도 유럽과 함께 추가 제재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추가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케리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선택 여하에 따라 (제재와 관련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상황상 해야만 하다면 미국과 EU는 러시아 경제 주요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제재로 러시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U 전문매체인 ‘EU 옵서버’는 EU 소식통을 인용, 새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올해 230억 유로(약 31조6천500억원), 내년 750억 유로(약 103조2천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와 내년 러시아 전체 GDP의 각각 1.5%, 4.8%에 해당하는 규모다.
EU 역시 러시아 제재의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는 무역금지 등 러시아가 취할 보복 조치 등의 여파로 EU가 올해 400억 유로(약 55조100억원), 내년 500억 유로(약 68조7천7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해와 내년 EU 전체 GDP의 0.3%, 0.4% 규모다.
러시아와 경제 관계가 밀접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치권과 경제계는 러시아 경제 제재가 시행됐을 때 자국 기업들이 받을 피해를 우려하면서 경제 제재를 꺼려왔다.
그러나 이달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피격돼 298명의 탑승객이 전원 사망하면서 러시아의 반발에도 경제 제재를 부과하게 됐다.
미국과 EU는 러시아가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한 것으로 의심되는 친러시아 반군 지원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진정시키라고 요구해 왔다.
전날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서방 5개국 정상은 "그동안 여러 번 요구했음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군을 협상에 나오게 하거나 구체적인 조처를 하게 압력을 가하지 않았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도 제대로 통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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