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가족 중 한 명이 제3의 인물에게 기증하고
▶ 또 다른 기증자 것 받는 일종의 ‘짝짓기 프로그램’
캘리포니아 콩팥교환 사슬의 첫 고리인 줄리 블로사드.
바이오라직Tx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장기시장을 만들어냈다.
■ 이식수술의 새로운 장 연 ‘콩팥 교환마켓’
지난 3월, 마크 김은 신장이식 수술을 통해 새 생명을 찾았다. 그 이전의 2년간 신부전증 말기환자인 그는 혈액투석에 의존해 힘겹게 명줄을 유지했다. 콩팥이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체내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씩 인위적인 작업으로 이를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인공신장의 역할을 하는 투석기를 이용해 몸 밖으로 뽑아낸 피를 거른후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치료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의 콩팥이 처음으로 기능을 멈췄을 때 ‘이웃사촌’과 두 명의 오랜 친구, 20대 조카 두 명과 여동생이 저마다 자산의 신장을 떼어주겠다고 나섰지만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 이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뒷돈을 주고 암시장에서 장기를 구입하는 것 외에는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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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웃사람들을 불러 뒤뜰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였을 때 그의 건강상태를 잘 아는 한 여성이 귓속말로 전해준 콩팥의 암시장 가격은 10만달러였다. 그 여성은 자신의 어머니도 같은 가격에 신장을 ‘구입’해 이식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달리는데다가 장기매매 자체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주어야 거래가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콩팥 거래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 200여개 국가들 가운데 이란이 유일하다.
현재 미국에는 10만명의 신부전증 환자가 신장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채 콩팥기증자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대기기간이 보통 4년에서 5년이 되기 때문에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가 적지 않다.
지난해에도 4,270명이 끝까지 버티지 못한 채숨을 거뒀다.
지난 1984년 연방 의회가 장기매매 금지법을 제정한 이후 일부 극단적 프리마켓 신봉자들을 제외하곤 이 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합법적인 신장 공급을 늘리기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가하는 사람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면에서 보면 콩팥은 잠재적 과잉상태다. 인간은 누구나 좌우 한 쌍의 콩팥을 지닌채 태어나지만 이 가운데 하나가 없어도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 각자의 몸 안에 여분의 콩팥이 한 개가 달려 있는 셈이다.
문제는 몸 안의 장기를 떼어주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뿐더러 설사 기증의사를 밝힌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수술을 위해선 까다로운 이식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표준화된 기계의 부속품처럼 마음대로 바꿔 끼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마크도 ‘바이오라직Tx’라 불리는 회사가 아니었다면 이식에 적합한 콩팥이 나타나기만을 넋 놓고 기다리며 계속 대기자 명단에 남아 있을 뻔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개발한 ‘짝 맞추기’ 소프트웨어 덕분에 마크는 여동생이 제3의 인물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는 조건으로 전직 해병인 리즈 토레스(32)의 콩팥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
혈액형이 달라 이식이 불가능한 여동생의 신장을 바이오로직Tx를 통해 기증하기로 약정하는 대신 이 회사의 콩팥 교환 프로그램 등록자들 가운데 혈액형을 비롯한 생리지표가 자신의 것과 일치하는 리즈의 콩팥을 받게 된 것이다.
바이오라직Tx의 짝 맞추기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신부전증에 시달리던 리즈의 어머니 역시 젊은 소셜워커 아나 토폴라 리오스의 신장을 이식했고, 리오스의 어머니는 캘리포니아 프레스노에 거주하는 젊은 남성 케이스 로드리게즈의 콩팥을 기증받았다.
로드리게즈가 건강한 자신의 신장을 내놓은 이유는 다낭성 신장질환으로 고생하는 어머니 노마(52)에게 신속히 이식 가능한 콩팥을 구해주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콩팥 교환 고리로 연결된 이들은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퍼시픽 메디칼센터에서 이틀에 걸쳐 연쇄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처럼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의 사슬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바이오라직Tx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장기시장을 만들어냈다. 이 시장의 특이한 점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가격이 아닌 이타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준법정신이 강한 미국인이 신장을 필요로 할 경우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첫 째는 전국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 장기 기증자가 병원이나 최소한 병원 근처에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고, 둘째는 기꺼이 신장을 기증해 줄 사람을 직접 찾는 것이다.
그러나 혈액형 혹은 기증자 혈액에 존재하는 이질 단백질로 말미암아 둘 사이에 장기이식 조건이 일치할 가능성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이식된 콩팥의 혈관에 수령자의 것과 다른 이질 단백질이 존재할 경우 면역체계는 이를 적대적인 병원체로 인식, 공격을 가하게 되는데 이것을 거부반응이라고 부른다.
신장교환 사슬의 기술적 토대를 이루는 컴퓨터 알고리즘의 천재성은 한 무리를 이룬 기증자와 수혜자들 사이에서 거부반응 없이 신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짝을 찾아 연결시켜 주는데 있다.
현재 미국에는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바탕을 둔 콩팥 바터 마켓(barter market)이 6개가량 존재한다.
올 여름 외과 전문의들은 알고리즘이 기증자와 수령자로 둘씩 짝지어준 70명 가운데 마지막 두 쌍에 대한 연쇄 이식수술을 마무리 짓게된다. 민간기를 동원해 전국 수 개의 병원으로 신장을 실어날아야 하는 요란스런 수술이다.
세계 최대 콩팥 사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국립신장협회의 수석 사무국장이자 창업자인가렛 힐은 의료부문이 아니라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협회의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증권업계가 사용하고 있던 컨셉을 차용했다.
힐은 열살 된 딸에게 이식할 신장을 구하기위해 쩔쩔 매던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신장협회를 세웠다. 당시 이식이 가능한 신장을 찾기 위해 힐 부부를 비롯, 총 7명이 자발적으로 조직검사를 받았으나 모조리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죽음의 문턱까지 떠 밀려갔던 딸은 뒤늦게사촌의 신장을 이식받고 기사회생했지만 힐의 가족은 지금도 피를 말리던 그 때의 초조감과 바닥없는 두려움을 생생히 기억한다.
신장교환 사슬은 누군가 한 사람이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수한 이타주의적 동기에서 자신의 콩팥을 내놓아야 고리가 연결되기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 신장교환 사슬의 첫 고리는 줄리 블로사드였다. 교도소에서 정신건강담당 간호사로 활동하는 올해 55세의 블로사드는 지난 2001년 연골암에 당시 21세였던 아들을 잃었고 2013년에는 대장암을 앓던 남편과 사별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단 한 하루, 아니 단 한 시간만이라도 더 오래 있고 싶어하는 병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신장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블로사드가 아무런 대가없이 내놓은 신장은 12명의 교환사슬을 만들어내면서 알고리즘 프로그램이 이식 적합자로 낙점한 올해 26세의 공장근로자 오스왈도 파디야의 몸에 안착했다.
그는 여섯 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파디야는 지난해 신장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544명의 미국인 가운데 한 명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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