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슈 진단
▶ 스포츠마케팅사 통해 거액 뇌물수수, 집행위원 등 14명 곧 스위스서 넘겨받아
국제 축구계를 좌지우지하는 111년 역사의‘국제축구연맹’(FIFA)에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사상 최악의 뇌물 스캔들이 터졌다. 미국 연방 정부가 수십년간 뇌물수수가 관행화된 FIFA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총체적 부패 의혹을 제기하며 대대적인 고강도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FIFA 차기 회장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27일(현지시간) FIFA 고위직 7명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스위스 검찰에 무더기로 체포됐다.‘축구계의 황제’ 격인 제프 블래터(79) FIFA 회장은 일단 칼날을 피했지만, 소환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집행위원 등 14명 기소
연방 법무부는 취리히에서 FIFA 관계자들이 체포되자 곧바로 14명의 부패 관련자 명단을 공표하고 기소 방침을 밝혔다. 뉴욕 브루클린 검찰의 수사에 따라 이들에게는 공갈, 온라인 금융사기, 돈세탁 공모, 탈세, 국외계좌 운영 등 47개 혐의가 적용됐다.
기소 대상자는 FIFA 고위직 9명, 미국과 남미 스포츠마케팅 회사 간부 4명, 그리고 뇌물수수 중재자 1명이다. 스위스 당국은 이날 기소 대상자 가운데 7명을 체포, 미국으로 송환할 예정이다. 수년 전부터 FIFA 고위직에 대한 부패혐의를 수사해온 미국 정부의 체포요청에 협조한 것이다.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마이애미에 있는 북중미 카리브해 축구연맹(CONCACAF) 본부도 압수 수색했다.
■누가 연루됐나
FIFA에서는 ▲제프리 웹 현 부회장(국적 케이먼 군도) ▲에두아르도 리 집행위원(코스타리카) ▲훌리오 로차 발전위원(니카라과) ▲코스타스 타카스 CONCACAF 회장 보좌관(케이먼 군도) ▲잭 워너 전 부회장(트리니다드 토바고)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부회장(우루과이) ▲라파엘 에스퀴벨 남미축구연맹 집행위원(베네수엘라) ▲호세 마리아 마린 조직위원(브라질) ▲니콜라스 레오즈 집행위원(파라과이)이 명단에 올랐다. 이들 FIFA 간부는 지난 20여년 간에 걸친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스포츠마케팅 분야에서는 ▲아르헨티나 기업인 ‘토르네오스 이 콤페텐시아스’의 알레한드로 부르자코 총괄담당자 ▲미국 ‘트래픽스포츠 USA’의 애런 데이비슨 대표 ▲아르헨티나 기업인 ‘풀 플레이 그룹’의 휴고 힌키스와 마리아노 힌키스 총괄담당자가 표적이 됐다.
■뇌물수수 어떻게 이뤄졌나
스포츠마케팅 회사 종사자들은 각급 국제 축구대회에서 마케팅, 중계권 등을 따내기 위해 1억5,000만달러가 넘는 규모의 뇌물·리베이트를 FIFA 측에 건넸거나, 전달을 약속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2016년 ‘코파 아메리카대회’ 준비과정에서는 1억1,000만달러의 뇌물이 오갔다고 말했다.
워너 전 부회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2010년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1,000만달러의 뇌물을 요구하고, 뇌물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으나 본인은 혐의를 부인했다.
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 선정과정뿐 아니라 과거 대회에서 마케팅, 중계권 협상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왜 미국 정부가 나섰나
미국이 수사를 주도하는 이유는 뇌물수수 모의 장소가 미국이었고, 돈이 오간 곳도 미국 은행을 통해서였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이들의 신병을 조만간 미국에 인도할 방침이나, 7명 가운데 6명이 이에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의 거부로 신병 인도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로레타 린치 연방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국제축구계를 타락시켰다”며 “자신들만의 이익을 꾀하고 자신들만의 지갑을 부풀렸다”고 맹비난했다.
린치 장관은 “1991년부터 두 세대에 걸쳐 이들이 지위를 이용해 스포츠마케팅 회사들에 대해 축구대회 광고권 등을 대가로 뇌물을 요구했다”고 성토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도 “은폐되고 불법적인 돈거래, 리베이트와 뇌물이 FIFA의 사업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블래터 회장 운명은
블래터 FIFA 회장은 이날 체포되지 않았지만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검거되면서 칼날이 그의 턱밑까지 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오는 29일로 다가온 FIFA 총회에서 5선에 도전하는 그에게는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FIFA는 1998년 블래터가 회장에 오른 후 막대한 이익을 누렸고, 블래터 회장도 줄곧 뇌물, 횡령 등의 의혹에 시달렸다. 그의 소환이 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한편 상황을 지켜보던 블래터 회장은 이날 저녁 뒤늦게 취리히에서 성명을 내고 미국과 스위스 사법당국의 수사를 “환영한다”고 말하고 “축구계에는 부정부패가 존재할 여지가 없으며, 부정·부패 연루자들은 축구계에서 축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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