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와 호흡을 같이 해 온 한국일보가 오늘로 창간 46년을 맞았다. 한국일보는 한인사회 성장의 견인차로서, 또 목격자로서 책임을 다하려 노력해 왔으며 숱한 영욕을 한인들과 함께 해왔다.
46년 전 그날 한인사회는 갓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의 모습이었지만 어느덧 늠름한 성년으로 자랐다. 특유의 근면과 기업가 정신으로 주류사회도 놀랄 정도의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으로도 당당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권자로서의 파워를 키웠을 뿐 아니라 정치인들까지 속속 배출해 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미국 두 번째 대도시인 LA에서 최초의 한인 시의원을 탄생시킨 것은 한인이민사에 기념비적인 쾌거였다. 후보의 개인적 노력과 한인들의 정치적 자각, 그리고 언론의 캠페인이 시너지를 형성해 이뤄낸 결과였다. 그리고 이것은 커뮤니티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의미 있는 사례였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종이신문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인쇄매체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가구당 신문구독 비율을 뜻하는 신문의 ‘시장 침투율’이 지난 1950년에는 124%에 달했다. 가구 당 한 부 이상의 신문을 받아 봤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비율은 현재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종이신문 구독이 줄어들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종이신문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래가 암울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위기론 속에서도 신문의 건재를 보여주는 증거들은 많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얻는 18~29세의 47%, 30~39세의 55%가 여전히 종이신문이나 잡지를 읽는다. 노년층의 가장 중요한 정보 획득원은 당연히 인쇄매체이다. 일본의 경우 주요 신문들의 발행부수는 아직도 1,000만부에 달한다. 이는 고령화 시대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북유럽 같은 선진국들일수록 신문 구독률이 높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신문이 해주고 있는 것이다.
종이신문이 위기론 속에서도 아직 건재한 것은 이것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에 기인한다. 온라인상에는 온갖 정보들이 난무하지만 확인되거나 꼭 필요한 정보를 얻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 속에서 속보경쟁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고 각종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전달하는 언론의 정통적 역할은 신문밖에 할 수 없다.
한국일보는 디지털 시대에 비판정신이 번득이는 정통언론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는 한결같은 믿음 위에서 신문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위기론이 거세질수록 한 가지 원칙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그 원칙이란 다름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신문의 기본은 독자들과의 소통이다. 인쇄매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예외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지역 신문들이 적지 않다. 이런 신문들의 공통적인 비결은 독자들을 신문의 주인으로 느끼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아주 소소한 이야기까지 기사거리가 되고 커뮤니티 신문에 주민들의 이름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오른다. 이것이 바로 커뮤니티 신문의 소통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언론이 진정한 생명력을 지니려면 독자와 같이 호흡해야 한다. 같이 호흡하려면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소통이 중요하다. 정보란 돌고 돌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될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정보제공자로서 독자들의 참여는 신문의 성장전략 차원을 뛰어 넘는 의미를 지닌다.
이미 많은 독자들이 본보 지면에 참여하고 있다. 갖가지 제보도 그렇고 좋은 원고를 보내주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다양한 정보들을 다양한 지면을 통해 나누고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독자들이 겪는 사소한 일들과 소소한 감동 하나하나가 훌륭한 정보와 기사거리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밝혀 둔다. 디지털은 또 하나의 뉴스전달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이런 소통이 원활하고 편리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도 있다.
한국일보는 종이신문의 정신 위에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걸 맞는 변화를 꾀하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독자들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디지털의 귀와 기자들의 귀를 활짝 열어 놓을 것도 약속한다. 지난 46년 동안 독자 여러분들이 보내준 한결같은 성원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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