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안경 창업주인 김승열·루시아 김씨 부부와 가업을 물려받아 제2 도약을 꿈꾸는 2세 경영인 미셸 김씨가 LA 본점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왼쪽부터 루시아 김, 미셸 김, 김승열씨.
에베레스트 트레이딩의 박병철 사장과 장남 박종현 이사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했다. 어색하다고 쭈뼛거렸던 이들 부자는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어느새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LA 한인 기업들에 2세들의 경영 참여가 눈에 띄게 활발해 지고 있다. 현재 2세들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제조, 건설, 의류, 유통, 무역, 요식업, 생활용품, 에스크로, 안경 등 줄잡아 50여개에 달한다. 특히 2세들은 창업주인 부모와 함께 현장경영을 몸소 체험하며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넘겨받으며 회사의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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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베레스트 트레이딩 - 박종현 이사
경영 힘들지만 아버지 조언 듣고
“직원들과 좋은 회사로 키울 것”
세계적인 가방 브랜드 ‘에베레스트 트레이딩’의 박종현(37) 이사는 최근 한동안 회사를 단독으로 경영했다. ‘사장님’이 부재한 가운데 매달 100만개 이상 팔려나가는 가방 물량의 공장 구매, 생산, 품질관리, 선적, 통관, 판매, 수금, 납세 및 은행 업무, 보험과 법률 관계 등 회사 전체를 진두지휘했다.
짧지 않은 기간에 박 이사에게 막중한 부담을 지우며 자리를 비운 장본인은 아버지 박병철(67) 사장이다. 부산에 친모와 장모가 생존해 계신 박 사장은 1년 중 3분의 1을 한국에서 보내기 때문에 이때 CEO 역할은 박 이사의 몫이다.
두 아들 엄하게 키우기로 유명한 박 사장에게는 경영도 예외가 아니다. 박 이사는 “아버지 덕분에 에베레스트 입사 전 다녔던 미국회사에서도 배짱으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며 “경영이 절대 쉬운 건 아니고 죽을 만큼 힘든 적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직원들과 힘을 합쳐 헤쳐 나가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가방 하나로 세계 정상에 우뚝선 사나이’로 통하는 박 사장은 장남인 박 이사의 경영능력에 얼마나 만족할까.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지만 박 사장은 “당연히 100점 만점”이라며 “심성이 착하고 성실하다. 논리성과 합리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아버지인 내가 아들한테 세상 사는 법을 새로 배우기도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UCLA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USC에서 MBA를 받은 박 이사는 미국 금융회사에서 6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에베레스트에 입사한지 5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회사를 통틀어 가장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할 정도로 업무에 열성적이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열정을 존중하고 자립심도 길러줄 요량으로 하루 2~3시간 정도만 회사에 나와 일을 봐주고 있다.
사업가 유전자는 단순히 물려받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박 사장은 유년시절 부산에서 문구상을 하던 아버지를 도와 자전거에 문구류를 싣고 무역회사 등에 배달하며 사업가로서 꿈을 키웠다. 크고 근사한 무역회사를 보며 유년시절의 박 사장은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이런 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가 아니라 ‘이런 크고 멋진 무역회사를 세우고 경영하고 싶다’고생각하며 꿈을 키웠다.
박 사장 이민 초기 당시 4~5세 꼬마였던 박 이사는 아빠 손을 잡고 중고품 시장(스왑밋)에 따라가 아빠가 가방과 이불, 장난감 등을 내다 팔 때 옆에서 놀며 장사를 도왔다. 박 사장은 “어린 애가 지루하다고 보채지도 않고 옆에서 잘 놀면서 아빠가 장사하는걸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보고 느끼고 익혀야 꿈이든 뭐든 내 것이 되고 이룰 수 있다는 박 사장의 평소 지론이 통하는 지점이다.
박 사장이 특히 힘쓰며 속도를 내는 부분이 있다. 투명한 기업이 바로 그것이다. 본인과 같은 모든 이민 1세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며 박 사장은 “우리 같은 이민 1세대는 바닥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때론 알면서도 또는 몰라서 불법도 저지르고 탈세도 했었다”며 “이제 자녀들에게 승계하려면 원칙대로 경영해서 99.9% 깨끗한 상태로 회사를 물려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류사회와 차단, 기득권을 잃은 상실감, 미국사회에 대한 무지 그리고 이민생활의 고단함이 전부였던 1세들과 달리 미국에서 교육받은 1.5세, 2세들은 부모 세대와 다른 준법정신과 합리성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박 사장은 “아들은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네트웍도 아주 좋다”며 “미국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회사로 키워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이사도 “아버지의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과 추진력은 나에게도 있다고 믿는다”며 “에베레스트를 좋은 회사로 키워낼 것”이라고 화답했다.
<류정일 기자>
■ 금강안경 - 미셸 김 검안의
40년 경력 ‘안경 전문가’ 아버지
‘주류사회 진출’은 딸의 목표
“고객의 눈 건강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주류사회로 뻗어나가는 회사로 키우겠습니다”
LA 한인타운 로데오 갤러리아 샤핑센터 내 ‘금강안경’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미셸 김(38) 검안의다. 김씨는 단순한 검안의가 아니다. 창업자인 아버지 김승열(66)씨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실질적으로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2세 경영인’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온 1.5세로 LA 동부 월넛 고교를 졸업한 뒤 UCLA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대학 3학년 때 우연히 검안의가 되는 것이 관심을 갖게 됐고 일리노이 주립대학 검안대에 진학, 꿈을 이뤘다.
한국 최초 안경학교 제1회 졸업생이기도 한 아버지 김씨는 1973년 서울 금호동에서 ‘독일안경’을 오픈한 뒤 40년이 넘도록 안경 속에 파묻혀 살아온 ‘안경 전문가’이다. 1985년 도미한 김씨는 1991년 로랜하이츠에서금강안경을 개점했고 현재는 딸이 로데오 갤러리아 샤핑센터 본점을, 가든그로브에서 지점을 운영하며 고객들의 눈 건강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1남2녀 중 장녀인 미셸이 검안의로 금강안경에 입사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업을 잇게 됐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LA 한인사회에 안경점은 많지만 검안의가 직접 운영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한다. 똑부러지는 성격 때문인지 아버지의 딸 사랑은 각별하다. 미셸은 어릴 적부터 글짓기, 그림그리기, 웅변 등에 재능을 보였고 리더십도 탁월해 성장하면서 부모의 사랑과 신뢰를 듬뿍받았다.
금강안경 검안의 및 경영인으로 1대1 이메일 상담을 제공하면서 고객들을 감동시켰고 이는 한 번 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만들었다. 미셸 김씨는 “나와 내 가족이 착용할 안경을 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껏 대한다”며 “모든 직원에게 고객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금강안경의 고객 서비스 정신은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구입한 고객이 어떤 이유에서든 불평이나 불만을 제기하면 제품을 새 것으로 교체해준다.
아버지는 딸이 업체를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멘토 역할에 충실하다. 수십년간 안경점을 경영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수시로 딸에게 효과적인 매니지먼트 방법을 조언해 준다.
딸도 이런 아버지를 한 없이 존경하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제일 먼저 아버지를 찾는다.
아버지 김씨는 딸의 경영능력을 어떻게 평가할까. 김씨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딸의 모습이 믿음직스럽다”며 “나를 뛰어넘는 훌륭한 경영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금강안경이 한인 커뮤니티에 뿌리를 내리는데 성공했다면 2세 경영인으로서 미셸 김씨의 꿈이자 목표는 금강안경을 주류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안경점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민 1세인 아버지도 금강안경의 제2 도약을 위해서는 주류사회 진출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미셸 김씨는 자나 깨나 주류사회 진출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씨는 “안경점은 불경기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것이 큰 장점”이라며 “매상을 올리는데 급급하지 않고 고객 만족 극대화에 초점을 둔 경영전략을 펼친 것이 한인사회에서 뿌리를 내리는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금강안경에는 검안의 4명을 포함, 모두 1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잇다. 저가부터 고가의 명품 브랜드까지 모든 종류의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서비스하며 대부분 안경보험을 취급한다.
LA 본점과 가든그로브 지점을 오가면서 일하고, 7세·3세 아이들의 엄마노릇까지 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금강안경의 제2 도약이라는 꿈과 목표가 있기에 미셸 김씨의 삶은 행복하면서 활기가 넘친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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