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긴급진단-‘하버드·스탠포드 가짜 합격’파문
▶ 부모들 기대에 못 미쳐 스트레스 누적, 가짜 대학생활·시험장 폭발물 설치 소동성적 지상주의 잘못된 성공의식 버려야
미국 최고 사립 명문대인 하버드대와 스탠포드대에 동시 입학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천재 수학소녀’로 화제를 모았던 한인 여고생의 스토리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본보 10일자 보도) 소위 아이비리그로 상징되는 명문대 진학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아이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뒤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른바 명문대 진학 압박과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공부 스트레스로 인해 일부 한인 학생들이 이처럼 극단적인 거짓말을 동원하거나 학교에 폭발물 위협을 하고 심지어 자살에까지 이르는 등의 사건이 한인사회에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인 부모들과 사회 전체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오렌지카운티 명문 고교인 트로이를 졸업한 한인 김모양은 8개월간 스탠포드대 학생 행세를 하며 기숙사에서 생활해오다 학교 당국에 적발돼 한인 부모들의 ‘명문대병과 일류대학 진학 열풍’이 도마에 올랐었다.
당시 김양은 스탠포드에 입학 허가를 받은 적이 없는 가짜 대학생으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생물전공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으며 교과서를 구입하고 학사일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친구들과 함께 밤을 세워가며 시험공부를 하기도 했다.
당시 김양의 친구들은 조용한 성격의 김양이 가짜 대학생 행세를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명문대 진학을 원하는 부모의 강요와 압력이 부담이 돼 이중생활을 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13년 12월에는 워싱턴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심리학과에 재학중이던 한인 남학생이 성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기말고사를 피하기 위해 폭발물 설치 허위신고 이메일을 보냈다 연방 수사국에 체포되기도 했다.
한 지난 6일에는 명문 고교인 샌마리노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중국계 학생이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인근 고교에서 실시된 SAT 시험장에 사라졌다 가출 이틀만에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오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버지니아주 명문 과학고 재학생 김정윤양 케이스의 경우도 이른바 명문대 진학에 대한 지나친 압박감이 이같은 극단적 거짓말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인 전문가들은 한인사회에 만연해 있는 일등 지상주의와 성적 중심주의와 같은 교육 병리가 극단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한인 부모들의 경우 자기 자녀는 ‘남들보다 똑똑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이러한 생각을 모르게 주입하다보면 아이들이 실망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거짓말이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고 설명했다.
한 한인 교육상담가는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한 한인 사회의 경우 아이가 아이비리그에 진학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승자 독식’의 사회에서 최상위권으로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낳은 구조적 문제”라며 “특히 한인 부모들은 내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함께 고민하기 보다 일방적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성공한다’는 식의 잘못된 주입식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학천재 김양의 스토리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묻기보다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같은 눈높이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적 위치’ ‘체면 위주’의 한국적인 생각을 버리고 아이의 진정한 행복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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