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수 한인 자본으로 설립… 전시·박물관·도서관 등 5개 별도 건물로 나눠져 100여명 자원봉사자 운영
▶ 1년 운영비 약 30만달러, 사용료 없고 자발적 기부… LA 문화원보다 3배 크지만 한국지원 없어 안타까워
※ 광복 70주년 특집기획
【시카고 한인사회를 가다】
② 시카고의 자랑 한인문화회관
기자에게 시카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이다. 순수 한인들의 자본으로 2011년 구입한 원스탑 문화 예술공간으로 LA 조차 가지지 못했던 자체 건물에 입주해 있다. 기능은 LA나 뉴욕의 한국 정부 산하 시설인 한국문화원과 같다. 다른 점이라면 순수 한인자본으로 설립된 시설이어서 눈치 볼 필요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3에이커의 대지에 건평 3만5,200스퀘어피트. 5개 별도 건물로 나눠진 이곳에는 미술전시공간, 전통박물관을 시작으로 1만여권의 한국어 서적이 비치된 도서관, 공연장과 함께 미술, 음악, 무용, 한글학교, 바둑, 영어, 컴퓨터 등등 다양한 강좌가 진행된다. 정해진 사용료는 없다.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방식이다.
회관 운영도 거의 자원봉사자들이 맡아 한다. 현재 풀타임 1명과 파트타임 1명의 정규 직원이 상주하지만 기본급 수준의 급료만 지급된다. 나머지 업무는 한인 자원봉사자들이 맡는다. 현재 회관에 나와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만도 1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1년 운영비는 대락 30만달러. 운영비 모두 이사들과 사용자들의 기부로 충당된다. 빠듯한 살림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문화의 대외홍보와 꿈나무 한인 2세들의 민족 정체성 확립이 문화회관의 주요 목적이므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지만 이렇다 할 지원은 아직 없다고 한다.
이곳 문화회관의 활동과 기능은 LA나 뉴욕, 시애틀에 있는 한국 정부기관인 문화원과 동일하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로부터 외면당하는 듯싶어 안타깝다.
초대 회장을 지낸 장기남 이사장은 “한국 정부의 LA 한국문화원보다 3배는 크다”면서 “미국 사회 깊숙이 동화돼 살아가는 한인들이 정체성을 바탕으로 주류사회에 한국문화와 민족의 자긍심을 자랑하는 역사적 사업에 한국 정부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립
문화회관 태동의 산파는 시카고 한인회다. 정체성과 자부심이 유난히 강한 시카고 한인회 회장, 이사장들이 회관의 절실한 필요성을 공감하며 추진했다고 문화회관 웹사이트는 설명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03년 7월1일 제26대 한인회의 출범과 함께 문화회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상하며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이듬해 한인회 이사회, 문화회관 추진위 구성 본격화했고 단체장 회의 소집, 협조를 요청했다.
그해 연말 라드 블라고야비치 일리노이 주지사 관저로 한인 57명 초청 만찬에서 “문화회관 좋은 생각이다”며 적극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길영 전 한인회장과 고 진태훈 회장 회동 후 벽돌쌓기 운동으로 문화회관 건립운동이 본격화 됐다.
한국 해외동포재단에서 20만달러를 지원받는 것을 시작으로 한인 유지들의 10만달러씩 기부, 일일식당, 벽돌쌓기 등의 모금 캠페인으로 200만달러의 재원을 마련했다.
당초 예상은 700만달러를 목표로 했으나 불경기로 건물가격이 떨어지는 행운(?)까지 겹쳐 200만달러에 현 건물을 구입하면서 문화회관 건립의 꿈이 훨씬 빨리 이루어진 것이다.
건물 구입 후 2·3대 회장인 강영희 회장이 건물 내 공사비용으로 60만달러를 쾌척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회관 측은 설명했다.
김승자 회장은 “미국에서 순수 한인들의 자본으로 한국문화를 알리고 발굴, 지원, 홍보하는 회관은 시카고가 아마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모든 운영이 자원봉사에 의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갤러리
회관 본관에 들어서면서 왼쪽으로 돌면 전시공간과 전통박물관으로 통하는 입구로 연결된다.
전시공간은 웬만한 갤러리보다 크고 시설도 좋다. 지난 21일 기자가 찾은 이곳에서는 한국의 한지작가 6명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들 작가들은 시카고 셜우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한지 웍샵도 진행하며 한국의 예술혼을 전했다.
갤러리 사용료는 한 달에 1,000달러 정도. 2주간 빌려도 500달러라고 한다. 이것도 강요된 금액은 아니고 주머니 사정에 따라 기부금 형식으로 낸다고 한다. 가난한 한인 미술가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유용하게 애용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박물관
갤러리를 지나 왼쪽으로 조그만 방에 마련된 2개의 박물관을 마주한다. ‘4300년의 한국 소개’(Introduction to Korea)라는 주제로 반만년 한민족의 문화유산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신라 금관 모형, 사모관대 예복, 삿갓, 청자, 백자, 사물놀이 악기, 향로, 장군복 등등 한국 전통의복, 생활용기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이 박물관은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의 지원으로 꾸며진 것이라고 한다.
또 시카고 이민을 비롯해 미주 한인 초기의 모습을 담은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됐다. 특히 시카고 한인들이 자랑하는 1893년 ‘대조선’의 시카고 세계 만국박람회 참가 사진들도 볼 수 있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자부심을 전해주고 있다.
사진 박물관 한 가운데 놓여 있는 150년된 가마가 눈길을 끈다. 인근 지역 주류사회 박물관에서 한인문화회관 박물관 개관 소식을 듣고 선물로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경로로 미국에 들어온 가마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만국박람회 전시용으로 조선 사절단이 가져온 것인 아닌가 추측된다.
▷공연장
별도의 건물에 공연장이 마련돼 있다. 간이의자로 200석 규모의 작은 공간이지만 작은 음악회, 무용 발표 등 다양한 공연 예술장소로 손색이 없다. 한국의 연예기획사인 서울 SM에서 지난해 한류 오디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도서관
1만권가량의 한국어 서적들이 소장돼 있다. 작은 모임방도 있어 대여가 가능하다. 신간, 베스트셀러, 스테디 셀러 등 다양한 책들이 비치돼 있다. 1,000명 회원 등록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도서관 운영은 모두 자원봉사자 몫이다.
▷다목적 별관
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교양강좌와 협력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다목적 별관도 마련됐다. 올가을에는 전문 강사들이 진행하는 건강, 역사, 중국어 등 교양강좌가 열린다.
또 댄스 무용, 미술, 하모니카, 영어, 풍물놀이 등 전문 문화 예술인들이 장소를 빌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별관에는 중서부 바둑협회, 재향군인회, 고엽제전우회 등이 입주해 있다. 물론 이들의 사용료 또한 전액 기부 형식으로 매우 저렴하다.
▷부산정
건물 뒤편 잔디밭에는 허남진 부산시장 시절 기증한 정자가 지어져 한국 전통 건축미를 한껏 뽐내고 있다. 이곳에는 사생대회, 풍물공연, 가족잔치 등 다양한 야외 행사들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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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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