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수정시 서명한 합의 문서대로 해동 후 폐기될 듯
아기를 가지려고 인공수정 배아를 만들었던 부부가 이혼하게 됐는데, 부인은 아기를 원하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다. 인공수정된 배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은 "원래 부부간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인공수정 배아는 폐기될 전망이다.
이 법원에 따르면 한국계 마취과 전문의 겸 피아니스트인 여성 미미 리(46) 씨는 2010년 9월 투자분석가인 남성 스티븐 핀들리(45) 씨와 결혼식을 올리기 열흘 전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리 씨는 이미 40대 초였고 치료를 위해 호르몬 분비 억제 약을 투약해야 했으므로 앞으로 불임이 될 것이 확실시됐다.치료가 급했기 때문에 리 씨는 진단을 받은지 사흘 만에, 결혼식을 올리기 1주일 전에 첫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부인 리 씨가 아기를 반드시 가지고 싶어 했기 때문에 부부는 남편의 정자와 부인의 난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으로 배아를 만들어 대학병원에 냉동 보관했다. 부인의 암이 완치되면 이를 자궁에 착상시켜 아기를 가질 생각이었다.
병원에서 인공수정 처치를 받을 때 부부와 병원이 합의해 서명한 문서에는 부부 중 한쪽이 사망하고 다른 한쪽만 남은 경우를 제외하면 반드시 부부가 함께 신청해야 배아를 찾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이혼이나 별거 등 다른 경우는 배아를 해동한 후 폐기하도록 했다.
그런데 남편 핀들리 씨가 2013년 8월 이혼 소송을 냈기 때문에 이 문서의 조항에 따라 부인 리 씨는 암이 나은 후에도 냉동 보관된 배아를 찾을 수가 없게 됐다.
그러자 리 씨는 이 조항이 무효이고 생물학적 아이를 가질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또 이 문서는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라고 할 수 없고 '의학적 지시사항'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의 앤-크리스틴 마술로 판사는 18일(현지시간) 원고 리 씨의 청구를 기각하는 내용을 담은 잠정판결을 내렸다.
마술로 판사는 83페이지짜리 판결문에서 "가족과 자식에 관한 결정은 힘든 경우가 많고, 송사가 되면 매우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며 "문제가 되는 쟁점을 결정할 당시 당사자들의 의사에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 이런 송사를 명쾌하게 해결하도록 보증하는 데 가장 적합한 정책이라고 잠정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문서에 나타난 양측의 합의에 따르는 것이 옳으며, 어느 한 쪽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내용을 쉽게 뒤집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마술로 판사는 "이번 경우 배아를 비롯한 초기 단계 생명의 운명이 냉정한 법적 원리에 따라 법정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점은 현대 생물학 기술의 걱정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잠정판결에 대해 양측이 이의를 제기할 시간이 주어지기는 하지만, 특단의 사정이 없으면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 씨의 변호인은 "리 씨가 실망했으며, 앞으로 어떤 법적 대응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미 리 씨는 마취과 전문의로 일해 왔으며, '벨라(B3LLA) 피아노 트리오'의 멤버로 활동하는 프로 피아니스트다.
그는 줄리아드 음악학교의 대학예비과정(Pre-College Division) 피아노과를 다닌 후 하버드대에서 화학과 동아시아 언어·문화를 공부하면서 인근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피아노 공부를 계속했다. 그는 하버드 학부 졸업 후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에서 의학전문박사와 학술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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