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한 번 태어나면 어김없이 죽는다. 다른 생명체도 마찬가지다. 투리토푸시스 누트리쿨라처럼 노쇠하면 다시 유아기로 돌아가 재생을 반복하는 해파리가 아닌 이상 모든 생명체는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그런데 인간의 죽음과 다른 생명체의 죽음은 확연히 그 구분이 있다. 구분이란, 다른 생명체는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나 인생, 즉 인간은 다르다. 한 인간의 죽음은 그 사람이 죽어 무얼 남겼느냐에 따라 다시 추모되고 대대손손 그 사람의 이름은 이어지고 역사에 남는다. 그래서 인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살아 죽기 전에 잘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통령이든 서민이든 한 인생이 죽은 다음에는 반드시 그의 공과가 세상에 들어나기에 그렇다.
대한민국 제14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거했다. 연일 김대통령의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에 나오며 그의 공과가 적나라하게 지적되고 있다. 과 보다는 공이 많은 대통령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서거를 애통해 하고 있음을 본다. 특히 그가 남긴 업적(공)중 가장 큰 것은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를 심어놓았다는 데로 모아진다.
김대통령은 27세의 나이로 제3대 민의원이 된 후 14대 국회의원까지 9번의 국회의원을 지낸, 최연소 최다수 의원이란 기록을 갖고 있다. 서슬이 시퍼렇던 박정희정권 유신시절인 1979년 그는 야당 신민당총재로 YH무역 여성노동자들의 신민당사 농성 때 그들의 편을 들고 뉴욕타임즈와 인터뷰한 것이 빌미가 돼 의원 제명을 당한다.
결국 그의 국회의원제명은 부마사태(부산과 마산지역)를 불러 일으켰고 박정희정권은 10월26일 그 막을 내리게 된다. 박정희정권 몰락의 직접적원인은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에 의한 피격이었지만 주된 원인은 18년이나 이어진 박정권의 독재로 인한 서민들의 한숨과 불만의 도가 극에 달해 하늘을 움직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에 들어가 김영삼대통령을 치면 그의 살아온 햇수(1927년12월27일-2015년11월22일)에 이어 본관이 김녕(金寧)으로 나온다. 그는 김문기(김文起)의 후손으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도 본관이 김녕이다. 당시 형조참판까지 지낸 김문기(1399-1456)는 세조에 의해 귀양살이로 밀려난 단종에 충절하다 목숨을 잃은 충의파다.
1455년 세조(수양대군)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자 공조판서 겸 삼군도진무로 재직하던 김문기는 단종의 복위 운동을 은밀하게 추진한다. 그러나 수양대군을 따르던 자들의 밀고로 발각돼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등과 체포됐고 류성원은 자결한다. 김문기는 모진 고문에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다 결국 능지처참을 당한다.
김영삼대통령의 민주주주의를 위한 그의 평생의 삶이 그냥 저절로 된 것이 아니었음을 그의 선조 김문기로부터 물려 내려온 혈통에서 보게 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박정희정권을 무너트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김재규도 같은 김문기의 후손이다. 세월은 흘러 자자손손이 되어도 속일 수 없는 게 혈통(피)의 흐름인가보다.
김영삼대통령은 많은 어록을 남겼다. 대충 짚어 본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나는 대통령인 나 자신이 솔선해야 한다는 각오 아래 나의 재산을 공개하는 바이다.” “새 정부에 있어 국가기강 확립의 대도(大道)는 하나도 윗물 맑기요, 둘도 윗물 맑기다.”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내려갈 때도 생각해야 한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즐겨 붓글씨로 썼던 김대통령. 뜻은 ‘큰 길에는 문이 없다’이며 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속뜻도 있다. 어릴 때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을 꿈꾼 그는 결국 대통령이 되었고 대한민국에 민주화의 씨를 심었다. 그의 88년 생애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추모한다. 김영삼대통령, 고이고이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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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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