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지나가는 차의 큰 음악소리로 창문에 올려놓은 왼팔까지 진동한다. 그러나 정작 내귀에는 규칙적인 베이스 기타나 드럼소리같이 낮은 소리만 쿵쿵 울린다. 운전대에 앉은 그 흑인은 목과 어깨를 연신 흔들면서 신이 났다. 멜로디도 없고, 노래말도 없이 저렇게 신이 날까?
사실 운전하고 있는 그 친구는 온갖 높낮이의 소리가 나름 잘 어우러진 음악으로 셔워를 하고 있겠지만, 그 음악소리가 그 차와 내차의 몸통을 통과하면서 모든 높고 다양한 소리들이 다 감쇄되어 없어지고 내귀까지 도달토록 살아남은 소리는 바로 낮은 소리들 뿐이었다. 이를 주파수 (1초에 얼마나 사이클이 바뀌는지)로 바꿔 말하면 높은 주파수가 아닌 낮은 주파수의 소리만이 내귀에 닿은 것이다. 이러니 가장 빠른 주파수를 가진 빛은 얇은 종이 한장으로도 막히지만, 낮은 뱃고동 소리는 멀리도 간다.
통신이론상 신호를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이렇게 낮은 주파수만이 아니라 또한 낮은 속도의 전송신호를 사용해야 한다. 요즘 많이 쓰는 와이파이 (WiFi)같은 통신기기는 사용자와의 거리가 수십미터 정도이니까 1초에 5억비트정도까지 빨리 전송할 수 있지만, 지구로부터의 거리가 5,000만 Km가 넘는 화성의 탐사선까지 보내려면 1초에 수백비트정도 낮은 속도로 보내야 한다. 그러니 멀리 가도록 오래 남는 신호를 만들기 위해서는 낮은 주파수와 낮은 전송속도로 변경해야 하는 것이다.
얼마전 노벨상수상자들이 발표되었다. 한국은 아직도 평화상을 제외하곤 인연이 없는데 옆집 일본은 벌써 24번이나 받았다고 한다. 이러니 매년 노벨상을 발표할 때쯤이면 한국에선 기획기사 등 소란하다. 프랑스 출신인 동료에게 한국이 노벨상에 좀 과다하게 신경을 쓰고 있음을 얘기하니 정색이다.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 특히 최근 한국음악계의 세계적인 쾌거로 많은 부러움을 사고 있는 한국이 노벨상이 둘도 없는 큰상이긴 하지만 그렇게 나라를 기울이는 마음을 쓰는 게 이상하다는 거다.
사실 일본은 우리보다 거의 100년은 먼저 서구의 과학기술을 받아들이기도 했거니와 작고 큰일을 오랜기간 변함없이 하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한국도 연구개발이 꾸준케 되면 그 상은 그런 노력의 결과물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 빨리빨리가 또 문제인가? 과학기술정책이 가시적인 결과를 위해 바뀌는 주파수가 높으니 아직은 먼 스웨덴까지 닿지 못한 것일까?
사실 낮은 소리의 말은 귀로 들리기 보다는 가슴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 낮은 소리는 아무래도 낮은 마음과 어울린다. 자주 소리를 높히기 보다는 차분히 바닥에 내려앉아 낮은소리로 어깨를 감싸안을 수 있다면 틴에이저의 부모도 마다 않겠다. 어원은 잘 모르겠으나, 영어의 언더스탠드 (understand)는 아래 (under)에 서있음(stand)을 말하는 것일진대,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보다, 자기를 낮추어야 진정 사람이나 사물을 잘 이해하고 품을수 있다는 말이리라.
몇 주 전엔 단풍이 제법이더니, 이제는 나무들이 벗어낸 그 껍질들이 발아래 오히려 아름답다. 여름의 짙푸른 열정에 가려 보이지 않던 그 하늘이, 오늘에야 시린손을 천천히 염원으로 들어 올린 그 나무가지 끝에 닿아 있음을 보았다. 성장을 마다한 그 나무들에 내일은 함박눈이 평안을 소복히 쌓을 것이다.
<
이명종 (CUNY 전기컴퓨터공학과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